노산일기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표정에도 엄마는 항상 예민하다. 어디 불편한데는 없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나의 무지로 인해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지. 이런 나를 남편은 과민하다고, 좀 놓아도 된다고 한다.
아이 숨소리 하나에 새벽에도 열댓번을 깨던 나도 이제는 그래, 좀 편하게 하자. 잘 크고 있을꺼야 싶어 요즘은 아이가 좀 뒤척거리더라도 쪽쪽이 물려놓고 통잠 아닌 통잠을 재우는 중이다.
친정도 시댁도 떨어져 있는 탓에 육아에 대해 지식을 얻는 루트는 책이나 유튜브이다 보니 내 유튜브엔 온통 아기와 관련한 내용들로만 도배가 되어 있다.
'부모가 놓친 자폐아 영아기 모습 - 발달장애 조기증상'이라는 제목이 눈에 닿아 동영상을 보다가... 가슴이 콱 막히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중간에 창을 닫아 버렸다. 사실 내가 이 아이의 엄마였더라도, 그냥 발달이 좀 늦고 예민한 아이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키웠을 것 같다. 발달은 누구나 늦을 수 있고, 행여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너무나 미묘하여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나의 알 수 없는 이 불안감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엄마는 혹시나 아이가 보내는 이상 신호를 놓칠까봐 항상 본능적으로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나보다.
그 새 아이는 커서 못입히고 작아져 버린 옷도 생기고 해서 요즘 옷장 정리를 할 겸 셀럽놀이라는 걸 시작해봤는데 앞으로 잠그는 편한 점프수트만 입다가 어른 옷처럼 위로 머리부터 끼워야 하는 앞이 막힌 옷들을 입으려니 너무너무 짜증이 나는지 그렇게 순한 아이가 악을 지르며 울어대길래 아 역시 셀럽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이쁜 사진 하나 건지기가 이리 어렵나 싶었는데, 동영상 덕에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간다.
그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공부 못해도 되고, 특별한 재주 없어도 되고, 많은 부분이 남들보다 뒤쳐져도 엄마는 상관없단다. 그저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만 하면 돼. 그 나머지는 엄마가 행복으로 채워줄께. 함께 행복하게 살자. 이렇게 이쁘고 착한 모습으로 엄마에게 와 줘서 오늘도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