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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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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Apr 10. 2022

야쿠자 칼빵을 간접경험하다.

노산일기


11/10 수술 이튿날


간호사분들은 거의 2시간 반 간격으로 밤새도록 혈압과 체온을 측정하고, 항생제, 포도당 주사를 놓아주셨다. 간호사분들의 엄청난 근무 강도가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배가 너무나도 아파서 잠을 한숨도 못자서 그냥 밤새 평소 하지도 않던 핸드폰 게임을 실컷 했다. 그나저나 방은 언제 옮겨주는걸까… 어제 밥도 한끼도 못먹었는데 식욕도 없더니 이제 슬슬 배가 고파온다.


이제 스스로 걸어야 한대서 소변줄을 빼고, 압박용으로 배 위에 올려져 있던 모래주머니를 덜어냈는데 너무 아파서 진심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욕이 나왔다.


배 몇센치 찢었는데 이렇게 아픈데 영화에서 보는 야쿠자들의 칼부림이 현실이라면 그들은 어떻게 정신줄 잡고 사는걸까? 수술 며칠 전에 티비에서 영화 신세계를 하기에 오랜만에 다시 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정청(황정민)이었으면 입원이고 뭐고 너무 아파서 그냥 죽어버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12시쯤 되었을까 병실을 옮기라고 연락이 왔다. 1인실은 12~20만원까지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나는 12만원짜리 방이었고 방이 조금 작은 것 빼고는 바깥 경치가 일품인 방이었다.

내일부터는 애기를 보러가야 해서 걷는 연습을 좀 해보겠다고 방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진통제 sos를 쳤다. 진통제에 약간 수면제 성분도 있는지 자다깨다 반복했던 것 같다.


드디어 첫끼 도착.


풀죽 같은 끼니였지만 인간은 간사하다. 물에 쌀 풀어 놓은 것이 이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았다. 시장이 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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