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남편의 회사 문제로 일정이 다섯번은 바뀐데다 최종 날짜 확정이 12월로 넘어가는 때에나 확정된 탓에 비행기도 비행기였지만 숙소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혼자 여행이야 어디든 못 가겠냐만 아기를 동반한 가족여행이다보니 동선과 침실 형태를 고려하여 숙소를 찾는 것이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다.
하카타 시내는 작기도 작고 쇼핑과 먹기가 다라고 하니 온천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벳푸와 유후인 검색을 대상으로 숙소를 찾아보았다.
두 지역 다 가본 적이 없으니 절대 비교는 어렵고 검색을 통한 내용으로만 비교를 해 볼 뿐이다.
유후인
산 마을, 일본의 정취가 느껴짐.
마을이 작아 하루 구경하고 자고 오기에 딱임. 유모차로 이동 수월함.
일단 예약 가능한 숙소가 없음.
하카타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
벳푸
바닷마을, 도시 분위기
예약 가능한 숙소(라기엔 도미토리…) 온천까지 또 버스를 이용해야 함. 유모차로 관광지 간 이동이 수월하지는 않음.
원숭이 동물원, 아쿠아리움 관광 가능(이라고 생각했지만 겨울이라 장점이 줄어듦)
근처 유명 사파리도 있음(이 또한 겨울이고 아이가 너무 어린 이유로 방문하지 않기로 함)
하카타에서 버스로 3시간
대략 이렇게 압축하고 숙소 검색을 했는데 너무 늦게 숙소를 찾다보니 예약 가능한데가 없거나 단점이 많았다. 알고 있는 모든 호텔예약 앱을 다 이용했는데도 마찬가지라.. 나중에는 약간 오기가 발동해서 야후재팬으로 들어가서 현지인이 이용하는 곳에서 검색을 했더니 역시.. 숙소가 꽤 쏟아져나왔다. 고급진 곳들도 많았지만 이번 여행은 가성비 여행이니 유후인에서 20만원대의 괜찮은 숙소를 찾았다. 후기를 아예 찾을 수 없어 도박을 하는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예약한 곳을 찾아가는 날이다. 토요일이라서인지 연말이어서인지 예약하는 시점(여행 3주 전)에도 버스는 거의 만석이어서 가장 빠른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정류장 위치도 안 알아봤는데 행여나 버스를 놓칠까봐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역시 사람은 정신력으로 육체를 이길 수 있다.
날씨가 구리구리하다. 서울은 영하 10도를 넘어가고 있어서 좀 따스한 곳으로 피신하나 했더니 이곳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버스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숙소는 외양에서부터 꽤나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얼마 전까지 회원제로 이용가능하던 곳이었는데 최근에 일반 숙박객도 받게 되었다고 들었다. 아마도 한국인은 우리 가족이 전부인 듯 했다. 영어도 한국어도 통하지 않아 나의 짧은 생존일어와 남편의 빠른 눈칫밥으로 무사히 체크인을 마쳤다. 방은 넓고 깨끗한 다다미방이다. 노천온천과 대중탕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잽싸게 노천탕을 먼저 다녀왔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노천탕 이용객은 나밖에 없었다. 원래 사진도 찍으면 안되는데 나홀로인 이유로 몰래 촬영을 강행했다. 물론 소심해서 딱 한장 찍고 말았지만. 물은 너무 뜨끈뜨끈해서 추위를 잊을만 했다. 가족탕이 아닌 것이 아쉬웠지만 잠깐이나마 찬 공기를 마시며 산을 감상하며 온천물에 몸을 담근 것으로도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다 싶었다. 빨리 온천을 끝내고 아기를 보살피고 있던 남편과 바톤터치를 했다.
시간 순서가 약간 바꼈지만… 점심식사를 한 곳도 남겨본다. 거의 유후인 끝자락에 있는 식당이 구글 평점이 매우 높기에 예약을 했는데, 실제로 방문해보니 오래된 전통가옥이었고 료칸과 레스토랑을 겸하는 곳이었다. 장어 덮밥과 스테이크 덮밥을 먹었고 가격은 10만원 조금 넘게 나왔는데 창밖으로 바라보는 멋진 풍광과 맛있는 음식으로 식사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숙소에서 온천하고 쉬다가 늦으막히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밤이되니 도시는 관광객이 빠져나가 적막이 흘렀고 가로등도 많이 없어 스산하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도 나름 평점이 높은 식당들은 만석이어서 어둠을 헤치며 동네를 걸어 어떤 현지인을 뒤따라 고깃집에 들어왔다. 소고기 셋트에 7만원 정도였는데 양도 적지 않고 무엇보다 고기질이 좋았으며 찬으로 따라나온 김치(?!)가 왜 이렇게 맛있지 싶게 놀라웠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양손 한 가득 캔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