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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hot Sep 25. 2017

명절 휴무 방식을 리모델링 해 본다면?

‘도시 사회’에 맞게 쉬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

글 그대로의 의미를 보자면 '가을 저녁'을 뜻하는 추석(秋夕)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다. 추석의 유래에 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있지만, 중심이 되는 것은 수확기를 기념하는 농경 의례의 의미다. 송편을 빚어 햇과일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벌초하는 등 지금까지 이어지는 세시 풍속들은 농경 사회의 흔적이다. 마을 공동체가 쇠퇴해서 강강술래나 줄다리기 같은 추석 놀이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지만, 오랜 관습에 따라 우리는 추석을 전후해 일제히 산소를 정리하고 고향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매년 같은 문제에 봉착 하는데, 과연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인지 의심하게 됐다. 

귀성열차 예매를 위해 온 나라가 들썩인다든지, 운전 하느라 평소대비 두 세배의 시간을 도로 위에서 허비하고, 제수 용품이라는 명목 하에 농수산물 물가가 널뛰기하는 현상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말이다. 심지어 명절을 1~3주 앞둔 시기에는 벌초를 하다가 말벌에 쏘여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사람들의 사례가 약속이나 한 듯 반복된다. 모처럼의 연휴를 국내 휴양지나 해외에서 보내길 원하는 사람들도 비효율을 경험하긴 매한가지다. 평소 대비 족히 두 세배는 비싼 숙박료와 항공권 값에 어지간한 형편의 가정은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 

새벽 6시 정각에 명절 기차표 예매 사이트에 접속하면 '틱'차이로 수만명이 내 앞에 줄 섰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가히 '온 국민의 수강신청'. (이미지출처_아주경제신문)


이 고질적 문제들의 원인은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재단할 수 있다. 재화는 한정돼 있고 명절 연휴는 고정돼 있으므로 일시적으로 폭증한 수요에 의해 가격 급등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주도해서 수요를 분산시켜 보면 어떨까?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 지역 인구 비율은 2016년 기준 91.82%에 달한다. 즉, 이미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도시 국가화 된 것이다. 이런 중에 농경 사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음력 8월 15일과 1월 1일을 끼워서 추석 및 설 명절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닐 테다. 


양대 명절에 각 가정과 사업체의 형편에 맞게 자율적으로 사흘간의 휴가를 보내도록 하는 건 어떨까? 추석으로 치자면, 어떤 이는 음력 8월 초순에, 다른 이는 8월 하순에, 전통을 고집하는 이는 기존처럼 8월 중순에 쉬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온 나라가 ‘생산 일시 중단’ 상태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열차표 예매를 위한 국민적 접속 전쟁도 완화될 것이다. 사실상의 저속도로인 고속도로상의 무지막지한 기름 낭비,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은 평소보다 조금 높은 가격은 지불하겠지만, 지금처럼 살벌하게 ‘따따블’이 된 요금은 치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과채류를 비롯한 농수산물이 설익은 채 비싼 값에 팔릴 일도 적어지지 않을까?

명절에 관한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만 증가하니 가격(비용)이 오를 수 밖에! 농경사회에 맞춰 디자인 된 '공급'을 도시사회에 맞게 리모델링 해보면 어떨까?


G20과 같은 국제회의를 앞두고 경제 효과가 수십 조원에 달한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선명하다. 단 하루의 임시 공휴일을 지정할 때도 수 조원의 경제 효과가 창출된단다. 정확히 계량할 수 없고, 반대급부도 있어서 갑론을박이 발생했던 사안들이다. 반면 명절 휴무 유연화는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맞게 쉬는 방법도 다시 디자인해 보자. 


이왕 쉬어야 한다면 더 스마트하게 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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