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과 촉각에서 애정이 싹튼다
‘애 참 빨리 큰다’라는 표현은 무척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 아이가 태어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당면한 현실이 되고 보니 가까이서 관찰을 하게 되고, 계량된 수치를 보면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
날 때 2.99킬로그램이던 아이는 60일 만에 체중을 두 배로 불렸다. 먹는 양도 대단하다. 어른의 눈으로 보기엔 작은 젖병을 빨아댈 뿐이지만, 체중에 비례하면 굉장한 양이다. 6킬로그램이 조금 안 되는 아기는 하루 800 씨씨 정도의 분유를 먹는다. 체중 60킬로그램인 성인이 8리터의 음식물을 먹는다고 가정해 보면 그 왕성함을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젖병을 쭉쭉 빨아서 비운 뒤 내는 “크아아”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논에 물 대는’ 농부의 심정을 알 것도 같다.
아기의 생리현상을 몸에서 몸으로 직접 느끼면 놀라움은 더 커진다. 분유를 먹이고 난 직후 트림을 시킬 땐 예상 밖의 큰 소리가 울린다. 자그만 덩치에서 ‘끄윽’하는 파열음이 터져 나올 때면 안고 있는 내 속이 다 시원하다.
허벅지에 앉혀놓고 어르고 달랠 때면 기저귀 너머로 방귀탄이 날아온다. 대퇴부 속 근육까지 잔잔하게 울릴 만큼 제법 파괴력이 있다. 제 아무리 가족일지라도 내외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내 경우 방귀를 튼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한걸음 더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내가 피폭자인지 폭격자인지는 중요치 않고, 배기음 혹은 진동을 타인의 청각이나 후각, 촉각을 통해 전달하거나 받아들일 때 마음속 장벽이 허물어진다고 생각한다. (나만 변태야?)
아내와 방귀를 튼 것은 7~8년 전 결혼 전후였던 것 같다. 정겹게 허벅지에 걸터앉는 척하면서 불시에 터트린 방식이었다. 당시 아내는 기절할 것처럼 몸서리쳤지만, 얼마 안가 내게 같은 방식으로 강렬한 한방을 먹였다.
애초에 신비감 따위는 접어둔 ‘절친 컨셉’의 연애였던지라 상호 간 폭격 후에도 심리적 손상은 없었고, 오히려 서로 속을 터 놓는 사이가 됐다. 그러고 보니 ‘속을 터 놓는다’는 관용구가 이런 행동에서 유래되진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나도 아내도, 아들로부터 서로에게 하던 방식으로 당했다. 우리는 더 친해진 것 같다. 뿡뿡뿡. 가스는 사랑을 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