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밤에게 말을 건네는 시간
하루의 끝에서 문득, 마음이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조용해진다기보단, 그제야 비로소
마음속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바쁘게 지나온 하루를 다 털어낸 후에야,
내 안에 쌓여 있던 감정들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그 감정들은 대개 작고 사소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생각,
내가 나를 토닥이고 싶은 순간,
그저 한참 동안 가만히 있고 싶었던 저녁.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위해 쓰였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
조금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꼭 위로하려는 건 아니지만,
조용히 옆에 앉아 마음을 들어주는 글이면 좋겠다.
외로움은 늘 말없이 찾아오고,
위로는 조용히 곁에 머무르니까.
그런 시간들이 분명히 있기에
우리는 어쩌면 매일을 살아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글을 ‘너에게’ 쓰지만,
사실은 오늘을 살아낸 ‘나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하다.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나,
지금 이 순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이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밤을 지나며,
조금은 가벼워졌기를.
우린 결국 같은 밤을 지나고 있으니까.
@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