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정말 잘 버텼어.
아침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고,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빛이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멍했고,
아무 이유 없이 조금… 슬펐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다.
할 일은 분명 있었고,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소파에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코코가 다가와 내 무릎 위에 털썩 몸을 눕혔다.
나는 무심코 코코의 등을 쓰다듬었고,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이 났다.
막 울고 싶은 감정은 아니었는데, 그냥…
무너지듯이 조용히 눈물이 났다.
오늘은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없는 날이었나 보다.
대신 코코가 그걸 알아챈 것처럼 조용히 곁에 있어주었다.
말도, 조건도 없이.
아무 일도 안 했다는 자책감이
‘오늘도 이렇게 버텼잖아’라는 위로로 바뀌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있다는 건,
어쨌든 이 하루를 무사히 통과해 낸 거니까.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잘 해낸 건 아닌지도 모른다.
그냥 ‘살아낸 것’ 일뿐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한 날이 분명히 있다는 걸,
오늘은 조금 믿어보려 한다.
가끔은 이런 하루도 괜찮다고,
가끔은 나 자신을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된다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밤이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도 살아냈다.
어디에도 자랑할 건 없지만,
나에게만은 꼭 말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정말, 잘 버텼어.
“조금 부족해도, 오늘의 나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
우리는 같은 밤을 지나고 있었구나 @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