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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오늘도 무사히, 내가 살아낸 하루

수고했어, 정말 잘 버텼어.

by 은월

아침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고,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빛이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멍했고,

아무 이유 없이 조금… 슬펐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다.

할 일은 분명 있었고,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소파에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코코가 다가와 내 무릎 위에 털썩 몸을 눕혔다.

나는 무심코 코코의 등을 쓰다듬었고,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이 났다.

막 울고 싶은 감정은 아니었는데, 그냥…

무너지듯이 조용히 눈물이 났다.


오늘은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없는 날이었나 보다.

대신 코코가 그걸 알아챈 것처럼 조용히 곁에 있어주었다.

말도, 조건도 없이.


아무 일도 안 했다는 자책감이

‘오늘도 이렇게 버텼잖아’라는 위로로 바뀌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있다는 건,

어쨌든 이 하루를 무사히 통과해 낸 거니까.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잘 해낸 건 아닌지도 모른다.

그냥 ‘살아낸 것’ 일뿐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한 날이 분명히 있다는 걸,

오늘은 조금 믿어보려 한다.


가끔은 이런 하루도 괜찮다고,

가끔은 나 자신을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된다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밤이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도 살아냈다.

어디에도 자랑할 건 없지만,

나에게만은 꼭 말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정말, 잘 버텼어.


“조금 부족해도, 오늘의 나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

우리는 같은 밤을 지나고 있었구나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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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