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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혼자 있는 밤은 오히려 말이 많아진다

생각이 말을 걸어오는 밤

by 은월

밤이 되면 이상하다.

주변은 조용해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시끄러워진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며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냈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마치 무대 뒤에서 기다리던 배우들처럼

순서대로 내 앞에 서기 시작한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순간 더 웃어줄 걸 그랬나.’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속상했는데.’


낮에는 참았던 말들이 밤에는 전부 튀어나온다.

누가 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혼잣말이 끝없이 이어진다.

누구에게 하듯 말하다가, 어느 순간엔 나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가끔은,

고요한 밤이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만든다.

거울 앞에서 오래 서 있으면

내 얼굴보다 내 표정을 보게 되는 것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각보다 내 마음이 꽤나 복잡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 겁이 난다.

이런 마음을 누가 알면 싫어할까 봐,

혹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까 봐.

그래서 더더욱, 밤에는 말이 많아진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이 말 많은 밤을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조금은 시끄럽고, 조금은 복잡해도

이건 분명히 지금의 나니까.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도 많고, 생각도 많고, 감정도 많은 내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를

오늘만큼은 조용히 안아주기로 했다.


이런 밤을 지나야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내일을 다시 걸어갈 수 있을 테니까.


“조금 부족해도, 오늘의 나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

우리는 같은 밤을 지나고 있었구나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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