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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오늘도 너에게 마음을 배운다

by 은월

오늘도 코코는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소파 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참 다정했다.

말은 없지만, 나는 그 눈을 볼 때마다 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그 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람들은 감정을 말로 풀어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깊은 마음은 말없이도 전해진다.

내가 지치고 말없이 앉아 있을 때,

코코는 짖지도 않고 꼬리도 세차게 흔들지 않는다.

그저 내 옆에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조용함이,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내가 혼자 있는 시간, 감정들이 마음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닐 때

가끔은 그 어떤 조언보다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더 고맙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별일은 없었지만 마음은 잔잔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작은 실망이 스며들었고,

어느 대화에서는 괜히 마음이 걸렸다.


이럴 때면 자꾸 머릿속에서 그 장면들이 돌아가고,

내가 더 잘했어야 했던 순간만 떠오른다.


그럴 때 코코가 나를 본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본다.

그리고 나는 조금 진정된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건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에서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런 순간이 가끔 있었다.

괜찮냐고 묻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알아주는 친구,

말없이 커피 한 잔을 건네주는 동료,

늘 같은 자리에 있어주는 가족.


우리는 그런 관계를 종종 잊고 살아간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마음들.


하지만 진짜 마음은

오히려 말보다 조용히, 깊게 전달된다.


코코와 함께한 시간 덕분에

나는 그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누군가의 기분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법,

내가 너무 벅차오를 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의 소중함,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


오늘 밤도 조용히,

코코는 내 무릎에 얼굴을 살짝 얹었다.

나는 그 따뜻한 온기에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게 사랑이고, 위로고, 연결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배운다.


“조금 부족해도, 오늘의 나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

우리는 같은 밤을 지나고 있었구나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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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