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화 같은 마음이라는 사실만으로, 조금은 괜찮아졌다

“나도 그래.”

by 은월

외로움이란 게 꼭 울고 싶을 만큼 커다란 감정으로만 다가오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말 한마디 건네기도 애매한,

그냥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는 밤.

그렇게 다 설명할 수 없는 기분들이

하루의 끝에서야 조용히 올라오곤 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괜찮은 하루였던 것 같은데도,

왠지 모르게 텅 빈 기분.


‘왜 이렇게 나는 혼자인 것 같지?’

스스로에게도 선뜻 묻지 못한 채,

그저 이불속에서 조용히 마음을 껴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무심히 들은 누군가의 말이 마음에 박혔다.

“나도 요즘 좀… 괜히 마음이 가라앉아.”

그 말이 꼭 내 마음 같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라는 게 정말 있구나 싶었다.


그날 처음 느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내가 느꼈던 이 외로움이, 특별하거나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누군가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마음 한켠이 부드럽게 풀렸다.

우리는 서로 위로하지 않아도, 끌어안지 않아도,

같은 마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금은 괜찮아질 수 있다는 걸.


‘이해받는다’는 건 때때로 말보다 더 조용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저 누군가도 그 마음을 안다는 것.

그 사실이 어쩌면 우리가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작은 빛이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지나고 있다면,

이 말을 건네고 싶다.


나도 그래.


가끔은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는 걸,

오늘 밤 당신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부족해도, 오늘의 나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

우리는 같은 밤을 지나고 있었구나 @은월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