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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그 질문 하나에 무너져버리는 날

“오늘 하루 어땠어?”

by 은월

아주 평범하고, 자주 듣는 말인데도

그 물음 하나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가 있다.

나는 분명 괜찮았다.

별일 없이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누군가와 웃기도 했다.

조금 지치긴 했지만, 늘 그렇듯 ‘이 정도쯤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나온 하루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정한 질문 앞에서

단단하게 묶어두었던 감정의 매듭이 스르르 풀려버렸다.


그랬구나, 나는 오늘도 힘들었구나.

괜찮다고 믿고 싶어서 괜찮다고 말해왔지만,

그 ‘괜찮음’이라는 말속에는 수많은 참고 견딘 순간들이 숨어 있었던 거다.

그동안 얼마나 조용히 울고 있었는지

내 마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갑자기 그 모든 게 들켜버린 것 같았다.


사실, 우리는 늘 감정을 감춘 채 살아간다.

잘 지내냐는 인사에 ‘응, 잘 지내’라고 웃으며 대답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외로움이나 지침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다들 바쁘고, 다들 힘드니까.

내 마음까지 무거워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만큼은 누군가에게 ‘괜찮은 사람’이고 싶어서

오늘도 웃으며 지나온 척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조차도 결국 언젠가는

작은 틈에서 새어 나온다.

“오늘 어땠어?”

이 한 문장 안에는 놀랍게도 많은 진심이 담겨 있다.

그저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정말로, 너의 하루가 궁금해서 묻는 그 마음.

그 마음은 내가 오늘 하루 얼마나 버티며 살았는지를

묻기보다, 안아주는 말 같았다.


누군가 내게 진심으로 그 말을 건넬 때면

나는 나도 몰랐던 내 감정에 놀란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늘 꺼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오늘도, 그냥 살아낸 게 아니라

애쓰며, 참고, 조용히 무너지지 않으려

정말 애 많이 쓴 하루였구나.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진다.

“오늘 하루 어땠어?”

그 말 한마디가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줄지도 모르니까.


혹시 당신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마음 한구석이 울컥했던 날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오늘도 정말 잘 살아낸 거예요.


그러니 이 밤,

나지막이 속삭여 주고 싶어요.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어요.

당신은 오늘도 충분히 애썼다는 걸.


“조금 부족해도, 오늘의 나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

우리는 같은 밤을 지나고 있었구나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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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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