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너에게 마음을 배운다
오늘도 코코는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소파 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참 다정했다.
말은 없지만, 나는 그 눈을 볼 때마다 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그 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람들은 감정을 말로 풀어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깊은 마음은 말없이도 전해진다.
내가 지치고 말없이 앉아 있을 때,
코코는 짖지도 않고 꼬리도 세차게 흔들지 않는다.
그저 내 옆에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조용함이,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내가 혼자 있는 시간, 감정들이 마음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닐 때
가끔은 그 어떤 조언보다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더 고맙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별일은 없었지만 마음은 잔잔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작은 실망이 스며들었고,
어느 대화에서는 괜히 마음이 걸렸다.
이럴 때면 자꾸 머릿속에서 그 장면들이 돌아가고,
내가 더 잘했어야 했던 순간만 떠오른다.
그럴 때 코코가 나를 본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본다.
그리고 나는 조금 진정된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건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에서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런 순간이 가끔 있었다.
괜찮냐고 묻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알아주는 친구,
말없이 커피 한 잔을 건네주는 동료,
늘 같은 자리에 있어주는 가족.
우리는 그런 관계를 종종 잊고 살아간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마음들.
하지만 진짜 마음은
오히려 말보다 조용히, 깊게 전달된다.
코코와 함께한 시간 덕분에
나는 그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누군가의 기분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법,
내가 너무 벅차오를 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의 소중함,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
오늘 밤도 조용히,
코코는 내 무릎에 얼굴을 살짝 얹었다.
나는 그 따뜻한 온기에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게 사랑이고, 위로고, 연결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배운다.
“조금 부족해도, 오늘의 나는 충분히 잘 살아냈다.”
우리는 같은 밤을 지나고 있었구나 @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