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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숙정 Aug 09. 2021

난 중간 늙다리계의 외계인?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다는 데 부쳐

요즘 한국이 고령화사회 정점을 넘어 늙은 세대가 젊은 세대를 추월했다고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길에 나가 보면 확실히 발에 채일 만큼 숫자가 늘었다.

과거에는 숫자가 적었고 노인들이 점잖은 편이라 거슬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례하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는 노인이 너무나도 눈에 많이 띈다.

그렇다고 모든 노인을 싸잡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미리 밝혀 둔다. 예의 바른 사람이 있는데 숫자가 적을 뿐 나도 안다.

같이 늙어가는 ‘동지’인데 적대감만 느껴지고 이젠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하나 싶어서 슬슬 피하게 된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60대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무례한 연령층은 50~60대다.

아직 기운이 많이 남아 돌아서 그악스럽기까지 하고 남녀가 따로 없다.


예를 들자고 하면 너무 많아서 최근의 예만 들어보겠다.


저녁 9시가 넘어서 10시 가까이 됐을까.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요즘 버스 정류장은 소규모가 아니고 대규모로 변해서 ‘한 블럭’ 정도로 커졌다. 따라서 버스도 다양하게 정차하지 내가 타는 버스가 어느 곳에 정차할지는 오로지 버스 운전기사 맘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버스를 타려면 버스가 서는 곳으로 육상 단거리 달리기를 하다시피 늘 뜀박질을 해야 한다. 이때는 나만 뛰는 것이 아니라 7~8명, 많게는 10명 정도가 버스를 향해서 뛴다.

그만큼 신경전도 만만치가 않은데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니 멀리서 내가 탈 버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나 혼자 버스가 설 만한 곳으로 뛰었다.

이젠 됐구나 싶어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이게 웬일?

탈 승객이 없어 보였는지 이놈의 버스가 갑자기 차를 빼서 저 앞쪽에 대려고 하는 게 아닌가? 무릎도 안 좋은데 얼른 집에 가야지 하는 일념으로 뛰어왔는데 차를 빼다니.

순간 포기하고 멈춰 서 있는데 어느 틈에 온 건지 웬 아줌마가 나를 탁 밀치고는 차도로 뛰어드는 것이다. 지나갈 공간도 많은데 일부러 사람을 치고 가는 게 느껴졌다. 결국 버스는 섰고 그 아줌마가 먼저 타고 나도 버스를 타긴 했다. 버스 타면서 사람을 꼭 쳐야 할까? 불쾌한 감정이 가시질 않았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한 번은 지하철에서도 있었다.

나는 내리는 중이었는데 한 여자가 사람을 밀치면서 타길래 좀 내리고 타라는 마음으로 나도 살짝 밀며 응수했다. 그런데 순간 이 여자가 내 뒷덜미를 확 잡아채더니 내리는 나를 다시 끌고 타 다짜고짜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자기를 밀었다고 보복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당한 일이라 얼굴을 얻어맞고 모자도 벗겨졌다.

어떤 청년 하나가 뜯어말려 그 여자는 내리고, 나는 앞니에서 피가 나고 어리어리했다. 청소년 아이들이 동영상을 찍었다고 하면서 신고하라 하는데 괜히 귀찮아질 듯해 그만뒀다.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다. 자식 키워낸 사람들이 이 정도로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없을까 놀라울 때가 많. 자기밖에 모르는 늙다리가 키워낸 자식들이 과연 어떨까 궁금해진다.


요즘 들어 편의점 직원 폭행, 버스 기사 폭행, 심지어 119 구급대원 폭행 사건 등. 이런 일을 일으키는 대부분이 중간 늙다리들이라 한다.

나이를 먹었으면 무례해도 된다는 무슨 ‘특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서슴지 않고 이해 못할 행동을 하니 거슬리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


딸아이 세대가 사십 대에 막 들어섰다. 얘네들 대화 내용에 중간 늙다리 험담도 뺄 수가 없다.

딸아이의 한 친구는 집 밖에 나오지도 않을 만큼 늙다리가 싫단다. 하긴 나도 같은 늙다리인데도 싫은데 애들 보기에는 오죽하겠나.


지금까지 예를 든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데 이쯤 되면 무례함의 선진국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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