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제목에 끌려서 즉시 장바구니에 넣었던 책이다.
다 읽고 난 후에도 가장 좋아하는 건 제목이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원제는 <どうにかしたい!―すみれ in Junior high school>.
구글 번역기에 입력하니 <I want to do something! - Sumire in Junior high school> 이라고 나온다. 스미레가 주인공 이름이니,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무언가를 하고 싶다! - 중학교의 스미레> 정도 되는걸까?
구글 번역기가 맞다면 원제보다 한국어 제목이 월등히 훌륭하다.
이 제목을 제안한 분은 카피라이터로 일하셔도 엄청 성공하실 것 같다. (누구일지 엄청 궁금..)
어마어마한 제목에 비해 줄거리는 무난한 편이다.
드라마나 만화에서 많이 보던 내용이다.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던 주인공이 어쩌다 잘 나가는 애들이랑 어울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에는 해피엔딩이 되는 뻔한 스토리.
뻔하기 때문에 술술 잘 읽히고 뻔하기 때문에 읽고나면 기분이 좋다. 클리셰의 미덕을 잘 살린 작품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모두가 평면적이다.
‘알고보니 이런 사연이’ 같은 건 거의 나오지 않는다 .
얄미운 애는 계속 얄밉고 신비로운 애는 계속 신비롭다.
심지어 주인공인 스미레도 그다지 입체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스미레가 처한 상황은 계속 바뀐다.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않고 혼자 다니다가 반에서 제일 잘나가는 아오이네 그룹이랑 어울리다가 왕따가 되었다가 학년이 바뀌며 좋은 친구들을 만나 편안한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 내내 스미레는 자기 자신을 확고하게 지킨다. 스미레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믿고 스스로 선택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심장이 쪼그라들거나 발가락이 오그라들 만큼 긴장되지는 않는다.
잘 되겠지 뭐, 스미레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읽게 된다.
지금 중학생인 친구들을 보면 가끔 놀란다.
그들은 에너지가 굉장히 많다.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하든 스케일이 크다.
관심도, 사랑도, 환희도, 좌절도, 외로움도, 소유욕과 무관심도 엄청난 에너지로 해치워버린다.
심지어 아주 진지하게 게으를 수도 있고 아주아주 오래 잘 수도 있다.
그렇게 자기가 선택한(게으름도 선택이다) 일에 열정을 쏟다가 문득 이 책 제목을 보면 반갑지 않을까.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아이고 내 팔자야.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느라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모를거야.
중학생’인’ 것이 아니라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는 거다.
'하고' 있는 거니까 언젠가는 하지 않을 수 있다.
중학생을 하느라 신나는 일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중학생을 하느라 힘겨운 일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견딜 수 있고 그러니 더 신나게 마음을 쏟을 수 있다.
사실 소설에서 가볍게 묘사되어서 그렇지 스미레가 겪은 일들과 그로 인해 느낀 감정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간을 충실히 겪어낸 스미레의 이야기를 조금 멀리에서 바라보며 우리도 반드시 해내고 말거라 다짐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서 가뿐하게 이 시기를 통과해내자고.
먼 훗날 지금을 돌아볼 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난 절대로 그 무렵의 나를 잊지 않는다. 그런 경험 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스미레, 정말 애썼구나’라고 열네 살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 p. 189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쿠로노 신이치 지음. 장은선 옮김.
뜨인돌. 2012. (192쪽)
추천 대상 : 중학생 이상
관련 주제 : 중학생. 사춘기. 노는 애들. 왕따. 회복력.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