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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Jun 29. 2022

우리는 시골이 좀 그래요..

시댁이 시골이면 생기는 이야기(1)


"와~ 진짜 답답하다."


시골길에 들어서자마자 남편과 내가 내뱉은 말이다.



사람들은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탁 트인 시골을 향해서 달려간다. 푸른 나무들과 산을 바라보고 깊은숨을 쉬며 행복해한다.


우리는 달랐다. 너른 논밭에 탄식이 나왔다. 쏟아지는 여름 햇볕에 숨이 턱턱 막혔다.



주변이 산 뿐인 정말 시골



시 할머님과 시부모님이 계신 시골은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차로 열심히 달려 4시간이 걸린다. 명절이나 연휴에 가게 되면 7시간 정도. 이번에는 8시간이 걸렸다. 도로마다 꽉꽉 들어선 차들에 내비게이션은 고속도로와 국도를 왔다 갔다 하며 우리를 어지럽게 했다.


뒷자리에 지친 아이들은 징징거릴 법도 한데 너무나 긴 시간에 체념한 듯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출발한 우리는 달리고 달려 저녁이 되어서야 시골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달려간 사람도 반갑기 전부터 지쳐 있었다.


시골 초입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널려있는 논밭부터 우리를 반다. 논에는 이제 갓 모내기를 끝낸 벼들이 가지런히 늘어서있었다. 하나도 반갑지 않은 벼, 숨 막히는 푸른빛이 펼쳐진 논에 남편과 나는 한숨이 먼저 나온다.


"아.. 너무 답답하다."

"우리는 시골이랑 안 맞나 봐."

지친 표정을 숨기고 시골집 앞에 주차를 했다. 반갑게 웃어 주시는 어머니와 할머니는 나를 따뜻하게 껴안아주셨다.



8시간 운전 후 넋을 놓은 남편


시골집은 전라남도 보성에 있다. 명절마다 할머니가 계시는 보성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결혼하고 나서야 알았다.

"왜 말을 안 했니" 남편에게 물었지만 남편은

"나도 몰랐"라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래도 한번 내려오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마당에 아이들은 신나 했고, 우리도 즐거웠다. 가족을 만나는 일은 차 안에서의 몇 시간을 잊을 만큼 반가운 일이다. 그저 우리는 시골보다 도시가 더 좋을 뿐.



시부모님은 도시에 사시지만 농사를 짓기 위해 시골집에 일주일에 반 이상은 내려와 계신다. 좋은 아파트 놔두고 시골에 내려와 계시는 게 자식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아버님은 퇴직 후 수확의 기쁨을 맛보시곤 몇 년째 벼를 거둬들이며 행복해 보였다.


봄이면 모내기에 얼굴은 까맣게 탔고, 장마가 오면 벼가 잘 자라겠다며 웃으셨다. 가을이면 햅쌀을 몇 포대씩 택배로 보내주셨다. 내 친정집까지 쌀이 있는지 신경 써주시며 수시로 쌀을 보내셨다.

아버님은 처음 해보는 고된 농사일에 점점 핼쑥해지셨지만, 시골생활에 잘 적응하며 만족하시는 듯 보였다. 그에 반해 어머님은 글쎄.


갑자기 집에만 있게 된 남편과, 나이 60이 넘어서 하는 시집살이. 괜찮을까.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문선아, 나 지금 광주 집에 가는 길인데. 짐 싸서 서울 올라가려고 한다. 애들도 보고 싶고 너희 얼굴도 보려고. 버스 시간 보고 다시 전화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미세하게 떨리는 어머님의 목소리를 나는 모르는 척했다.





시댁이 시골이면 생기는 이야기(2)

-시골에 있으면 해방이 필요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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