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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Dec 07. 2022

아이, 따뜻해!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갔다. 밖에 한번 나갔다 올 때마다 온 손등이 붉게 얼며 살갗이 일어섰다. 진짜 겨울이 온 것이다. 무서운 겨울. 수족냉증이 있는 데다 피부가 약해 겨울마다 손과 발이 고생을 한다. 낮은 온도와 건조함을 이기지 못한 손 피부는 쩍쩍 갈라져 피가 날 정도로 부르트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손바닥에 생긴 습진 때문에 아프고 간지러웠는데 이젠 손 전체가 쓰리다.


우리 집 아이들도 추위를 감지했나 보다. 보통 아이들은 열이 많아 겨울이 오든지 말든지 겉옷을 팽개치고 놀러 다닌다던데. 8살 첫째 아이는 학교 교실이 추워졌다며 따뜻한 옷을 꺼내 달라고 하고 두꺼운 패딩을 입으며 "너무 좋다"라고 했다.



"엄마! 나도 핫팩 사줘~!"

나름 따뜻하게 입혀 보낸다고 했지만 손이 시린 건 미처 생각 못했는데 아이가 먼저 핫팩을 사달라고 했다. 핫팩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며 자기도 가지고 다니겠다고 했다. 어떤 엄마들이 이렇게 준비성이 좋을까. 덕분에 나도 아이들이 들고 다니기 좋은 미니 핫팩을 한 박스 구매했다.


8시 40분. 책가방을 메고 신발을 신는 아이에게 핫팩 하나를 흔들어 손에 쥐여줬다. 아이는 "오! 따뜻하다!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현관문을 훅 열었다. 아이가 나간 현관문 사이 공간으로 찬바람이 휙 하고 들어왔다. 어우.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드렀다. 내가 밖에 나간 것도 아닌데 겨드랑이 사이로 두 손을 집어넣고 덜덜 떨었다. 우리 집 귀염둥이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야 하는데 겁부터 났다.


"밖에 엄청 춥대. 우리 따뜻하게 나가자."

"나는 엄마가 있떠서 하나도 안튜워~!"

(내 앞에서만 아기 목소리를 낸다.)

"아니야. 밖엔 진짜 진짜 추워. 찬바람이 쌩쌩 불걸?"


아이랑 나랑. 두꺼운 패딩 지퍼를 단단히 올리고 목엔 털목도리를 둘렀다. 귀염둥이 손에도 열심히 흔든 핫팩 하나를 쥐여주고 집을 나섰다. 어쩜.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춥다. 찬바람이 귀를 때리고 지나간다. 발은 땅에 붙어있지 못하고 동동거렸다.


"으아. 세은아. 춥지. 진짜 춥다."

"아니 아니. 하나두 안 추워! 엄마가 준 따뜻한 핫팩이 있짢아. 엄마! 손잡고 가자!"


아이의 왼손은 핫팩이 든 주머니에. 오른손은 내 손을 꼭 잡은 채 나의 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왔다. 아이의 손은 작고 따뜻했다. 분명 내 손보다 아이의 손이 더 따뜻했다.


"엄마 손 차가워. 손 뺄까?"

"아니 아니. 엄마 손 따뜻해! 너무 부드러워!"


차갑고 다 부르터서 꺼칠꺼칠 한 손이 뭐가 부드러워서. 나는 그냥 너무 추운데. 너는 무엇이 그렇게 따뜻한 거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심장 저 안쪽까지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아이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나의 작은 아이는 언제나 내게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준다. 매서운 겨울바람도. 그리고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몰아치는 시린 바람도.

엄마가 자기를 너무나도 보고 싶어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해주는 아이다. 마치 나에게 사랑을 주려고 태어난 듯 매 순간 감당하지 못할 사랑의 말로 나를 따뜻하게 한다. 나는 그저 그 사랑에 웃음으로 보답하며 살아가면 된다. 행복하게 그리고 기쁘게.



어린이집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아이를 향해 두 팔 벌렸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히히 웃으며 폴짝 뛰어 나에게 안겼다. 6살. 훌쩍 커버린 아이는 나에게 안긴 채 몇 걸음 옮겨지다 주르륵 미끄러졌다. 두 발이 땅에 닿으며 그게 또 재밌다고 까르르 웃어버린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나의 귀염둥이다.




오늘 아침엔 라면을 들고 등원했다. 어린이집에서 성탄절 행사로 라면 트리를 만들어 주민센터에 기부하기로 했다. 절대 도와주지 말라며 라면 한 박스를 끝까지 혼자 들고 가는 세은이. 많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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