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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사랑에 대한 고찰

by 문타쿠

사랑은 가끔 아픈 여드름 같다. 얼굴 한가운데에 덜컥 자리 잡은 그 녀석은, 절대 잊을 수 없게 만든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거울만 보면 존재를 과시하며 "나 여기 있어!"라고 외친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마치 그 여드름이 상대방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여드름이 처음 올라올 때는 작은 뾰루지 정도라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커지고, 그 아픔도 함께 깊어진다. 이쯤 되면 사랑처럼 여드름도 마음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건드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결국엔 터뜨리고 나서야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두지 말 걸," "그냥 시간이 지나길 기다릴 걸," 하면서도 이미 손은 엉망이 되어 있다.


하지만 사랑과 여드름의 가장 큰 공통점은 아마도, 둘 다 지나가고 나면 흉터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깊게 자리 잡은 여드름은 흔적을 남기듯, 가슴 깊이 새겨진 사랑도 잔잔한 자국을 남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흉터조차 흐릿해지겠지만, 때로는 문득 거울을 보거나 특정한 노래를 들을 때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아, 그때 그 아팠던 여드름… 아니, 사랑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여드름처럼 사랑도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무런 신호도 없이 갑자기 "나 여기야" 하고 나타나서는, 우리의 마음을 한껏 소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또 웃긴 건, 그 아픔 속에서도 사랑과 여드름 둘 다 이상하게도 그리워질 때가 있다는 거다. 완전히 치유되고 나면, 그 아팠던 순간들마저 어딘가 달콤하게 느껴지니까.


결국 여드름과 사랑은 참 닮아 있다.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 아픔 속에서 우리는 뭔가를 배우고,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으로 남게 된다. 그러니, 사랑도 여드름도 너무 미워하지 말자. 어쩌면 둘 다 우리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흔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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