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생각나는
잠들지 못하는 밤, 어둠이 깊어질수록 기억은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머릿속 한 구석에 얌전히 묻어두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불현듯 찾아와 나를 붙잡는다. 그 기억들은 언제나 좋지 않은 것들이다. 어쩌면 실수였던 순간들, 누군가의 말투 하나에 괜히 상처받았던 순간들, 그리고 내 자신조차 미워했던 순간들. 그런 장면들이 갑자기 불쑥 떠오를 때마다, 나는 고요했던 마음에 작은 물결이 일렁이는 걸 느낀다.
그 기억들은 불쾌하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면들인데, 마치 어둠 속에서 그 자체로 빛을 발하듯 선명하게 떠오른다. 괜찮다고 애써 외면해보지만, 그럴수록 더 뚜렷해지고, 더 나를 괴롭게 한다. 왜 그 순간에 그렇게 행동했을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스스로를 향한 질책과 후회의 목소리가 밤의 적막 속에서 더 크게 울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문득, 이런 모습마저도 나라는 생각이 든다. 좋지 않은 기억들은 내가 지우고 싶은 과거일 수도 있지만, 결국 그것도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일부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실수와 후회, 부족했던 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그 불쾌한 기억들 속에서 나는 나를 미워하면서도, 그 모습마저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래서 잠들지 못하는 밤, 그 기억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점점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그것들은 여전히 불편하고, 여전히 나를 괴롭히지만, 그런 기억들이 있었기에 나는 어딘가에서 조금 더 나아지려고 애썼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불쾌한 순간들은 나라는 사람의 그림자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빛이 있으려면 그림자가 필요하듯, 내가 더 나아가기 위해서 그 어둠도 나를 따라다니는 건 아닐까.
결국 그런 기억들조차, 내 마음속 어딘가에 머물며 나를 만들어가는 조각들이다. 불쾌하면서도 나인 모습들. 그 모습마저 인정하는 밤, 나는 비로소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내일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뜰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