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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이 얼어붙는 계절

겨울

by 문타쿠

코끝이 시려오면 겨울이 왔다는 신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겨울이 되면 옆구리가 시려온다는 말이 떠오른다. 코끝이 시려운 건 날씨 때문이라 쳐도, 옆구리가 시려운 건 대체 무슨 이유일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현상, 어쩌면 우리 인간만이 겪는 신비로운 감각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가설은 겨울이라는 계절이 사람들 사이에 “짝지어야 한다”는 묘한 압박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서로의 체온으로 온기를 나누는 로맨틱한 장면들, 마치 드라마 속 연인들이 “이불 밖은 위험해”라고 외치며 따뜻한 집안에서 포근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 이런 이미지들이 우리 머릿속에 겨울과 옆구리를 직결시키는 이상한 공식을 만든 게 아닐까. 그러니 혼자 이불을 덮고 있을 때, 갑자기 옆구리가 시린 건 단순히 체온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 공허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가능성은 아주 현실적이다. 겨울철 패딩이나 코트가 길고 무겁다 보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도 옆구리 쪽은 여전히 바람이 들어오는 거다. 애초에 옆구리 쪽 주머니가 없는 패션 디자인 탓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든든한 짝꿍, 아니면 최소한 핫팩 하나라도 있으면 해결될 문제를 너무 감성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옆구리가 시린 이유가 단순히 짝이 없어서라고 치부하는 건 억울하다. 사람들은 자꾸 “혼자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 겨울은 혼자여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는 계절이다. 전기장판, 이불, 뜨끈한 귤, 그리고 인터넷 속 드라마만 있다면 옆구리가 아니라 마음까지도 데워질 수 있다. 옆구리가 시린 건 어쩌면 핫팩 하나 더 붙일 자리를 미리 마련하라는 겨울의 은밀한 계시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겨울에 옆구리가 시린 건 과학도, 감성도 아닌 겨울만의 작은 농담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추운 날, 혼자가 좀 외롭긴 하겠지만 그래도 너 혼자 괜찮아, 웃으며 버텨봐”라고 살짝 놀리는 계절의 장난. 그러니 옆구리가 시려온다면 그냥 웃어넘기자. 아니면 핫팩이라도 두 개 붙이고, 코끝의 시림과 함께 옆구리의 온기도 챙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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