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11월
날이 차가워지고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하루하루가 조금씩 더 무겁게 느껴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어쩐지 지루하게 흘러가고,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일을 반복하는 내가 문득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하루를 채워가듯 일을 하고 돌아오면, 무엇인가를 하려는 마음보다는 그저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주말이 되면 오히려 더 깊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피곤하게 느껴지고, 그저 집에 머무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어진다. 밖은 차갑고, 사람들 틈에 끼어들기보다는 내 작은 공간 속에서 나만의 온기로 버티고 싶은 생각이다.
가끔은 아프다는 핑계로 회사를 쉬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사실 몸보다는 마음이 지쳐서, 잠깐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여전히 똑같은 일상이 기다리고 있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어김없이 내 하루를 이어간다.
이 지루한 반복 속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막상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이 모순된 감정이 날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그 한 해의 끝자락에 다가갈수록, 나도 모르게 그저 흘러가는 하루에 몸을 맡기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그저 조용히 흘러가는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