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 속, 조용히 떠오르는 감정에 대하여
다 괜찮은데, 어딘가 허전한 요즘이다.
별다른 일 없이 하루가 시작되고, 일하고,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씻고, 누운다. 특별히 힘든 일도 없고, 딱히 기쁜 일도 없다. 그저 무탈한 하루를 반복하며 산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한 일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어딘가가 자꾸 비어 있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무탈함’이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공허함일지도 모른다.
잠들기 전, 불을 끄고 누운 순간에야 그 허전함이 또렷해진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지만, 마음 어딘가에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가 남아 있다는 기분. 뭐가 빠진 건지, 뭐가 허전한 건지는 명확하지 않은데, 그 감정은 제법 오래 머무른다.
누군가 나에게 요즘 어때, 괜찮아? 하고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같아.”
확실히 힘들다고 말하긴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괜찮다고 넘기기엔 너무 많은 감정이 눌려 있다. 그래서 적당히 얼버무리며 웃게 된다. 어쩌면 이 애매함이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선명하게 꺼내 놓기엔 마음이 조금 지쳐 있고, 누군가의 진심 어린 위로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무던해져 있다.
이 허전함은 외로움도, 우울함도 아닌 것 같다. 그냥, 그 사이 어딘가쯤. 그래도 때때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 나를 조용히 다독인다. 퇴근길에 들은 익숙한 노래, 버스 창밖에 흐르던 노을, 마트에서 고른 귤 한 봉지 같은 것들. 그 순간들 덕분에 마음이 아주 조금, 숨 쉴 틈을 얻는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이 허전함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는다. 꼭 무언가로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런 감정도 지금의 나를 이루는 일부라고 생각하려 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그걸 무심히 지나가는 나.
어쩌면 이게, 나만의 평온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