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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by 문타쿠

어느 날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은 서늘해지고, 잎사귀들은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나갔을까. 여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시간 속에 무엇을 남겼는지 묻게 된다. 바쁘게 움직이던 날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이뤄낸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남겨진 건 아마 조금의 피로감과 뿌연 기억들뿐일 것이다.


나는 요즘 시간이 점점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렸을 때는 하루가 길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한 달이 금방 지나가버린다. 아마도 내가 바빠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더 이상 시간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까. 책을 펼쳐놓고도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한 채 밤이 깊어지고, 내일 할 일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그 와중에 문득, 내가 잊고 있던 순간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참 소중했는데, 지금은 왜 그 기억을 애써 떠올리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지금의 일상 속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저 그것들을 지나치고 있는 게 아닐까.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그 향을 음미하기보다는, 머릿속에는 할 일 목록만 떠오른다. 그렇게 작은 순간들마저도 흘러가버리는 게 아쉽다. 결국 모든 것이 지나가는 것이지만, 그 순간들을 더 붙잡고 싶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때로는 아쉬움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사건은 없더라도,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들이 있다. 그것들이 어쩌면 진짜 삶의 무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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