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외로움을 겸비한

가을이 오면 공기가 달라진다. 바람이 서늘해지고, 어딘가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쯤, 나는 가을이 왔다는 걸 문득 깨닫는다. 여름의 무더위가 사라진 자리에,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감정이 스며든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게 하고, 조금은 그리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다가올 것들에 대한 기대감을 함께 느끼게 한다. 지나온 여름의 시간들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 것만 같은 아쉬움이 남고,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건 곧 지나가버릴 가을의 짧은 순간들이다.

나무들은 색을 바꾸고, 잎들은 바닥에 떨어지며 자신을 내려놓는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무언가를 정리하고 싶어진다. 마치 낙엽처럼 나도 내 안에 쌓여 있는 것들을 정리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버려야 할 것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내려놓는다는 건 왠지 모를 불안을 동반한다.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남긴 자리가 빈 공간으로 남을까 봐, 그 공허함이 너무 깊어질까 봐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다.

가을은 짧다. 바람은 조금 더 차가워지고, 나무들은 잎을 잃어가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시간을 붙잡고 싶어진다. 찰나의 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릴까 봐, 나도 모르게 그 순간에 매달리게 된다. 마치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기대와 두려움이 한데 얽혀 있는 느낌이다. 결국 이 계절이 남기고 가는 건 그런 혼재된 감정들일지도 모른다. 잠깐 멈춰 서서 그 모든 것을 곱씹어보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