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을 묶어 두었다

by 휘청달

문 앞에 검은 봉지가 놓여 있다.

안에는 오래된 꿈들이 부서져 들어가 있다.

한때는 반짝이던 말, 손끝에 스며 있던 온기,

그리고 끝내 오지 않은 내일의 약속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눌러 담았다.

낡은 영수증처럼 구겨진 기억,

색이 바랜 사진,

깨진 머그컵 조각.

모두 같은 결을 가지고 있었다.

허상이라는 결.


비닐 끈을 당겨 묶는 순간,

손끝에서 가볍게 ‘탁’ 소리가 났다.

아주 작지만 확실한 종결의 소리였다.


봉지는 여전히 문 앞에 있다.

나는 여전히 방 안에 있다.

하지만 오늘, 그 봉지 안에는

나의 어제와 그 이전이 전부 담겨 있다.


아직 버리러 나갈 힘은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묶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 하루는 끝까지 살아낸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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