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왔더니

집에 가고 싶네

by 예담

제주도 온 지 2주가 되어간다.


여행 가기 전에는 여행 와서 하고 싶은 걸

적었던 나인데.

지금은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물건들만 보이고

내가 뭘 하려고 했지라는 의문만 남아있다.


대략 한 달 일정을 잡고 온 나이기에

책 한 권 쓰고,

다가 올 강의 PPT를 다 완성하고

갈 줄 알았는데.

장소만 바뀌었을 뿐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어쩌면 또 내게 너무 넘치도록 아무것도 안 해도

될 여지를 암묵적으로 허용했으리라.


내 책상, 내 침대, 내 소파, 내 방의 공기….

이게 이토록 집에 가고 싶은 이유란 말인가.


누군가는 이곳에 오려고 하는데

나는 내가 있던

자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비행기 표를 예매하려 하니 관광객들이 많은지

비행기표 값이 올랐다.


다음 주 수요일 표를 끊어 놓고

이 희미한 미소는 무언지.

내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나를 기대하는 나.

뭐 이런 웃기는 나일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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