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나고 난 뒤, 아프다.

아프니까 보이는 것들

by 예담

여행 중에 새록새록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하며

집에 가면 해야지 하는 것들을

마음에 품고 왔건만,

이틀 뒤 나는 욕실 청소를 하다 미끄러져서

왼쪽 무릎을 다치고 말았다.

좀 아픈 타박상이려니 했는데 몇 시간이 지난 뒤,

아파서 움직이지도 구부리지도 못하게 되었다.

순간 아픈 무릎보다는 나가고 있는 강의와

다음 주 월요일 중요한 약속이 맘에 걸렸다.


절뚝거리며 병원에 가 검사를 했더니

뼈에는 이상이 없고 인대가 늘어났단다.

초음파를 보여주시는데 하얀 인대에

큰 구멍이 몇 개 보인다.

물리치료를 하고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걷는 것, 앉는 것, 자는 것 다 불편해졌다.

아픈 무릎을 사용하지 않으려니 체중이 다른 곳에

실리는지 아프지 않았던 골반과

다른 무릎도 고생이다.

침대에 누워 방향을 바꾸려 할 때도 통증을 느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동안 나는 참 편히 잤던 거였구나.


내 의중과 상관없는 돌발상황으로 인해

인생은 참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픈 중에도 감사를 찾으려 하니

그래도 감사가 보인다.

이만하길 다행이지 않은가.

그리고 왼쪽 무릎에게 미안하지만 오른쪽 무릎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 운전은 할 수 있으니까.

여행 후 붕 떴던 상기되었던 마음도 가라앉혀본다.

참 신났었구나 싶다.

2~3주가량은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순응하며 약속도 거둬들였다.

내가 모르는 우주의 어떤 뜻이 있겠지. 긍정.


무릎을 다치니 세상의 불편한 느린 걸음들에,

깊이의 정도는 있겠지만

헤아림이 생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걸까.


아프니까 보이는 것이겠지.


주어진 풍요로움에 감사해야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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