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공간이 아니라 상태라구요.
저 하늘의 구름만큼이나 외롭고 슬픈 기분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도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왜 슬픔인가요. 아니, 괴로움인가요? 저는 왜 괴롭죠? 여기도 장만 가봐요. 한 달 내내 비가 올 지경이에요. 한국은 태풍이 왔다면서, 오늘은 하늘이 참 예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하늘을 보여줬어요. 어때요? 예쁜 하늘을 보는 건.
저는 내리치는 빗물만큼이나 괴롭고 슬픈 기분이에요. 어째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에 있음에도 행복하지 않은 거죠? 뭐가 문제인가요. 그땐 눈이 너무 오고, 초행길에 길을 잃고 너무 추웠고 그랬는데도 행복했는데. 그랬는데도 가장 좋아하는 도시였는데.
할 일들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꿉꿉한 공기와 말할 상대가 없는 여행이 너무 괴로워요. 절 괴롭혀요. 처음부터 날씨도 좋지 않고, 동행하던 친구도 없고 나를 예뻐해 주던 사람도 없었더라면, 그랬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공허해요. 괴로워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나요? 이건 글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여행에서 예정을 논하긴 어처구니없겠지만, 정말 저는 이렇게 괴로움이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저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먹구름과 꿉꿉한 공기는, 익숙하니까요. 제 여행의 역사에 날 좋은 날이 얼마나 있던가요. 여행이 행복이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다고. 저는, 아 저는 행복이 아니라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서 이방인을 택했죠. 그러니까요. 저의 잔잔한 침몰의 예정된 일이었고, 그건 그냥 작은 일렁임이었어야 했는데요. 든 자린 몰라도 난 자린 티가 난다고. 그녀는 왜 제게 즐거움과 미련을 두고 갔을까요. 아니, 미안해요. 그녀가 주고 간 것도 아닌데.
홀로 울고 정처 없이 걷고, 혼잣말을 하고, 저 자신을 달래고, 미련하게 굴어도 한숨 하나로 끝내버릴 시간을 여행으로 규정했는데요. 그냥 돌이켜보고, 버스건 길거리건 괴랄한 몸짓을 하곤 길이고 카페에서 엉엉 울고. 저는 비행기에서도 울고, 기차에서도 울고, 버스에서도 울고, 도미토리에서도 울어요. 저의 외로움과 괴로움은, 저의 우울은 저만의 것이라서 어차피 남들은 알아주지 않고, 그들은 너무도 열심히 살아서 이를 위한 시간과 돈을 이렇게 버리는 것에 고개를 저을 거예요. 왜냐면, 모두들 우울하고 괴롭거든요. 그래서 내 우울은 가짜고, 별 거 아니고, 비슷하니까요. 감정에도 효율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야 삶이 효율적이게 돌아가잖아요.
저는 정말 익숙했는데요. 혼자 여행에 가서, 혼자 대화를 하고 아프도록 걷고, 미련하게 굴어도 정말 괜찮았는데요.
저는 계속 눈을 내리깔고 있는 기분이에요.
저는 계속 눈을 내리깔고 있는 기분이에요.
저는 계속 눈을 내리깔고 있는 기분이에요.
세계 3대 야경 중 유일한 아시아 지역인,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에서 저는 장님인가요. 저에게 말을 걸어 줄 사람도, 말을 걸 상대도 없는 저는 벙어리인가요. 왜 나를 즐겁게 하고 떠나갔는지, 길을 걷다가도 떠오르게 만드는지. 여행 중엔 그리운 자가 없었는데. 저는 찔끔찔끔 또 처울어요.
2018년 여름의 일기. 매번 읽을 때마다, 그 날의 슬픔이 떠오른다. 꿉꿉한 날씨 덕에 기차도 운행을 멈췄던 날이었다. 여행객들은 난리 통인데, 나는 그냥 밖에 앉아 있었다. 날씨를 생각하면 안에 들어가야 했는데, 그냥 비도 좀 맞고 습한 바람도 견디며 밖에 앉아 있었다. 그 속에서 오늘 이동하지 않음에 위로를 삼았다.
공간에 대해 생각했다. 좋아하는 공간에 있다고해서 내가 행복해지진 않구나. 3대 아경이고 나발이고 아무런 쓸모가 없구나. 지옥은 공간이 아닌 상태라는 말이 무섭게 다가오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