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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요 Jul 27. 2020

단지 식습관이 아닌 삶의 방향성_비거니즘

당신 오해하고 있는 채식주의자의 먹고 입고 소비하는 방식에 관하여

우리는 본능대로 살기보단, 이성대로 사는 것을 가치있게 여긴다. 과거에는 그것이 공동체 안의 가치였다면, 현대사회는 다르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취존'을 넘어 싫은 건 싫다는 말해야하는 '싫존주의'의 연이은 등장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향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아직은 집단주의가 익숙한 한국사회에서 자신만의 이성을 좇는 사람들은 예민한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 주변의 푸대접에도 불구하고 그 세를 불려가고 있는 이 예민한 취향의 소유자들은 단지 트렌드에 휩싸인 것이 아니다. 유난이라는 시선도 감내하고, 자신의 본능도 참아내면서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한 인생관이 생겨난 것이다. 세상이 똑똑해 질수록, 우리는 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낯설지만 알아야 할 라이프스타일, 단지 채소를 먹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비거니즘'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자신을 사회에 맞추는 것이 아니고, 사회에 다양성을 요구하며 귀찮게 구는 오버쟁이 채식주의자. 당신도 몰랐겠지만, 당신의 삶의 방향 일정부분 그들과 겹칠 것이다. 




Vegetarian_채소만 먹는 사람은 아니야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건강 상의 문제, 동물을 향한 마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동 등.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입각해 채식을 시작한다. 채식주의자들을 향한 가장 큰 오해는 채소만 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채식에도 종류가 있고, 채식주의자로서 여러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고기,계란 그리고 우유의 섭취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셋 다 먹지 않는 비건(Vegan). 고기와 계란은 먹지 않지만 우유는 먹는 락토(lacto), 우유 대신 계란을 먹는 오보 (lacto ovo), 그리고 계란과 우유를 먹는 락토 오보(lacto ovo)가 있다. 더 나아가 해산물과 닭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도 있다. 대표적으로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이효리는 해산물과 유제품을 먹는 페스토(pesco)이다.



이런 다양한 채식주의자들 중에서 ‘비건’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혼용되어 사용되긴 하지만, ‘베지테리언’은 고기를 제외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건’은 더 나아가 동물성 제품의 사용을 지양하는 생활방식 또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타 베지테리언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Eat_점심은 떡볶이 먹고, 후식으로 초코쿠키 먹을까?


비건이 떡볶이를 싫어한다고? 라면을 싫어한다고? 천만의 말씀. 비건은 결코 미각적으로 채식만을 사랑하는 집단이 아니다. 그들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망이 있다. 그들도 고기맛 좀 본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보다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우위에 두고 행동하는 것뿐이다. 그들은 맛있는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비윤리적인 도축과정을 거친 음식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들은 채식이 몸에 나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공장식 축산과 과도한 동물 착취로 만들어지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다. 동물을 향한 비윤리적인 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길 바라며, 동물성 제품들의 소비를 포기한 것뿐이다.


이러한 윤리관을 가지고 채식을 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당연히 채식요리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그들의 미각은 여전히 채식하기 전과 똑같은 상태로 맛있는 음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버터와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빵, 어묵을 사용하지 않은 떡볶이, 고기없는 라자냐, 콩고기와 곤약새우, 심지어 라면까지 다양한 요리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서 맛있는 채식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끽해봐야 서브웨이에서 베지 샌드위치를 먹는 게 고작이다. 회식을 한다면 소주만 마시게 되는 내 주변 채식주의자들이 살기 위해 도시락을 만들며 프로 요리사가 되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Wear_악어없이도 빛이나는 센스


식습관에서의 '육식'을 배제했다면, 이제는 입는 것에서도 '동물'을 뺀다. 모피는 물론이고, 동물 학대를 통해 만들어진 것들을 소비하지 않는다. 2018년 12월 명품업계 최초로 샤넬이 뱀,악어, 도마뱀 등의 동물가죽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윤리적인 문제는 패션업계를 넘어 화장품업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안전하다. 인공충전재가 든 패딩 또한 한국의 추위를 견디기에 좋은 선택이다. 최근 들어 많이 보이는 웰론,에이볼 소재는 보온성에서도 거위 털과 거의 차이가 없고 알레르기나 위생면에서도 더 낫다. 심지어 더 저렴하기까지 하다. 소재의 기능에 대한 의심이 만연해있지만 놀랍게도 우주복도 만드는 인류가 동물 털만큼 따뜻한 소재를 개발한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Buy_돌고래가 있는 수족관은 소비하지 않겠어


동물원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자연의 소중함과 멸종위기 동물의 보호에 대해 일깨워주던 동물원이 '비교육적'이고 ‘비윤리적’인 공간이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앙상하게 마른 북극곰은 더위에 시멘트 바닥에 코를 박고, 하루에 100km도 거뜬히 이동하는 돌고래는 좁은 공간에서 자신이 쏜 초음파 울림을 받으며 정신병에 걸려 빙글빙글 돈다.
 
 동물권리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회를 먹으면서도, 우리는 생선이 고통을 느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며 그에 관련한 법들이 제정되고 있다. 2013년 3월 스위스정부는 갑각류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으면 안된다는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회를 먹고, 산낙지를 먹으며,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 생선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확신하는 것은 놀이대상으로 여겨지는 생선에 대한 비난이 큰 만큼, 겨울철 대표적인 축제인 얼음낚시는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Experience_인도에서 맛본 채식의 맛


인도 여행을 간 첫 날 찍은 음식 사진은 다름 아닌 초콜릿 포장지의 베지테리언 마크. 법적으로 모든 식품에 베지테리언 마크를 표시해야하는 인도에서는 이게 채식인지 아닌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문제라면, 인도의 대다수 베지테리언은 락토(lacto)로 우유를 채식으로 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통 음료인 라씨가 요거트인데다가 빵이나 초콜릿도 베지테리언 마크를 달았지만, 버터와 우유가 듬뿍 들어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멸치나 소고기 다시다 베이스의 음식이 많다보니, 차선택으로 페스토(pesco)가 많은데 인도는 락토 비율이 높다. 힌두교와 자이나교, 그리고 불교신자들로 넘쳐나는 인도는 어딜가나 채식식당이 있고, 채식 제품을 판다. 놀랍게도 베스킨라빈스31과 스타벅스에도 채식 제품이 진열장을 채우고 있고, 심지어 비채식보다 더 맛있는 경험을 맛볼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들이 케이크랑 라떼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이다.


심지어 내가 인도에서 매일 먹었던 초코비스킷도 베지테리언 마크를 달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채식이 인도에서는 식사에 디저트까지 손쉽게 채식으로 가능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입에 들어가는 제품인, 치약도 베지테리언 마크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맛본 달콤한 채식의 맛은 채식주의자의 길이 고행의 길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한국의 채식주의자들도 비채식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눈치보지 않고 회식을 하며, 도시락을 들고다니지 않아도 되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_열린 마음으로 살아가기


우리는 점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드려야 할 것이다. 당신이 절대적이라 생각하는 가치들을 부수며 말이다. 그러나 그 가치가 지구의 탄생부터 있었는지, 인류의 시작부터 흔들림없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과연 절대적이며 자연적인가? 그리고, 받아들이자. 우리는 모두 가치있는 삶을 살아 갈 권리가 있다. 당신도, 당신의 친구도, 그리고 당신이 모를 사람마저 말이다.







2019.01 인케이스 스마트리빙 콘텐츠 연재작입니다.



+글을 쓸 당시만 해도 비건과 베지테리언에 관한 관심이 적었다. 심지어, 그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주를 이루던 때였다. 이런 걸 보면, 세상 참 빠르게 바뀐다 싶으면서도 참 안바뀐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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