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에 보금자리 만들기
임영웅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춰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그것도 매주.
가평군민이 되었으니 서서히 이곳에 가며들고 싶었다. 스타트는 ‘군민 복지 누리기’다. 지난달부터 여성비전센터에서 요가 수업을 듣고 있다. 이곳은 과거 여성회관이었다가 2020년에 이름과 모습을 바꾼, 가평의 여성 군민을 위한 문화체육센터 같은 곳이다. 요가 외에도 바리스타, 한식조리, 제과제빵, 캘리그라피 등의 수업이 있다. 수강료도 놀랍도록 저렴하다. 3개월에 6만 원. 한 달 아니고 3개월에 6만 원!
보통 ‘요가’라고 하면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되나? 싱잉볼 소리가 흐르는, 낮은 조도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정적인 명상의 시간. 기나긴 집 공사로 인해 지쳐버린 심신을 요가 수업에서 달랠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 이름만 ‘요가’인 수업에서 나는 임영웅의 <보금자리>에 맞춰 매주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돈도 필요 없어 / 빽도 필요 없어 / 당신만 있으면 돼”
노래 가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도 잊혀지지 않는 가사. ‘돈도 필요 없어’에서는 엄지와 검지로 동전 모양을 만든다. 흐흫. 수업 첫날, 싱잉볼이 아닌 이 앙큼한 트로트에 맞춰 율동을 따라하라니 쑥스럽고 당황스러웠다. 낮은 조도는 커녕 수십 개의 형광등 불빛에 눈이 부시다. 이 수업에 어르신들만 있을 것 같지만 절반이 2~30대. 나 말고도 당황한 표정들이 몇몇 보였던 걸까?
“자, ‘나는 정통 요가 수업을 원한다’ 하시는 분은 망설이지 말고 환불 받으세요. 제 수업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동작만 쏙쏙 골라서 알려드리는 수업입니다.”
그 말을 듣고 아주 잠깐 ‘취소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 서울 토박이 씨티걸인데? 가평의 중심에서 임영웅 노래에 춤을 추고 있어. 이 상황이 너무 웃겨 자꾸 웃음이 터졌다. 요가 동작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이 수업은 ‘생활 체조 및 근력 강화 재활 운동’에 가깝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다음 분기 수강 추첨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열심히 다닌다. 이 수업 계속 듣고 싶다. 나를 위한 운동인가 싶을 정도로 내게 필요한 동작만으로 이루어져있다. 요가, SNPE, 필라테스의 짬뽕 같은. 강도가 약하지도 않다. 매일 구르기 60회로 시작하고, 어제는 30회 하자더니 스쿼트를 100회 시켰다.
수업 진행 리듬에 빈틈이 없는데 유머감각까지 갖춘 강사님은 체지방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건강한 몸매를 지녔다. 비율까지 완벽한 그녀의 다양하고 예쁜 운동복 구경으로 눈이 즐겁다. 특히 계피색 레깅스와 그에 맞춘 카키색 양말 착장이 베스트였다.
중간에 쉬어가는 시간에는 ‘다나손’이라는 도구로 지친 근육을 푼다. 흉하게 생겼지만 꼭 장만하고 싶은 강추 도구. 이 때 강사님의 선곡이 기가 막히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지난 주에는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를 틀어주셨다. 그녀의 블루투스 스피커는 음질도 좋아라. 그날 수업이 끝난 뒤 가평의 맑은 밤공기를 마시며 이소라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따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강사님도 내 이름을 외워서 열심 회원에게만 주는 듯한 카운팅 기회가 내게도 왔다. 임영웅 노래 외에도 아이유의 <라일락>에 맞춰서도 스트레칭을 하는데, 출석 부를 때 알게됐는데 옆자리 회원님 이름이 ‘광례’더라. 여전히 왼쪽 오른쪽을 틀리지만 한달만에 보금자리 댄스를 제법 외웠다. 이렇게 가평에서 보금자리를 만들어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