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 스트레칭

갱년기의 바다를 헤엄치기

by 무릇

내 나인 마흔하고도 여덟. 이제 곧 쉰이라는 새로운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미 몇 년 전에 찾아온 완경. 흰머리 염색을 한 달에 한 번은 해야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몸뚱이를 일으킨다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나름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지만, 이제 누가 봐도 나이를 감추기 어려운 지금, 몸만큼이나 마음의 나이가 들었음을 종종 깨닫는다.


하나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이걸 하다가 저걸 떠올리고, 저걸 하다가 다시 이걸 건드리고는 한다. 보지도 않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주인공들 메이킹은 왜 그리 찾아보고 있는지. 그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영상을 보고 또 본다.


영상을 보다가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은 다반사고, 새로운 다짐과 계획 세우기를 매일 반복하고 있다. 내일은 반드시 운동해야지. 내일은 꼭 아침부터 명상하고 시작해야지. 내일은 꼭 책을 읽어야지. 내일은 반드시 활기차게 살아가야지.


'내일은'이라는 머리말이 붙은 다짐과 목표들은 또다시 내일을 기약하며 과거가 되어버린다. 내 삶이 평생 무미건조하게 흘러가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종종 사로잡히고, 나이가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위축된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했지만, 뒤늦게 학업에 대한 욕망을 갖게 되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수년간 여러 가지 배움에 매달려 왔다. 전문대 졸업에 특별한 자격증도 없는 내가 뭐라도 해보겠다고 돈과 시간을 들여 배운 것들이 꽤 많았다. 동화구연, 독서지도, 그림책테라피등등. 하나를 배울 때마다, 그것이 나의 직업이 되고, 전문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도 있었지만, 결국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학벌이나 경력도 없이 취득한 민간 자격증들은 나를 증명하기엔 너무 하찮았고, 그 하찮음을 실전에서 몸소 깨달으며 많이 절망하기도 했다. 취미처럼 깨작거리던 영어 공부 덕분에 최저시급을 받으며 초등학생들 영어를 봐주고 있지만, 이 일로 남은 삶을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다시 뭔가를 취득해 볼까 싶은 마음에 휴학 중인 방송대 홈피를 들어가 보기도 하고, 새로운 자격증 과정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또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릴 것 같은 생각에 무언가를 선뜻 시작하지 않게 된다. 어릴 때는 안되면 그만이지라는 마음에 쉽게 시작하던 나였는데, 나이 50에도 휘청거리면서 중심을 잡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은 어떤 시작도 어렵게 만든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문득 나의 방황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성장에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방황의 시간을 잘 극복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지금 나에겐 무엇보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나를 믿으며, 자신의 삶을 당차게 끌고 가는 주인으로 살고 싶다.


앞으로 조금씩 노력하는 나의 일상을 브런치에 꾸준히 기록해 볼 생각이다.


우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 순위가 운동, 이순위가 명상, 삼순위가 기록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운동을 하고, 명상하고, 그날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매일의 기록, 매일의 노력이 어떤 성장과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된다.


뭐라도 해보면 뭐라도 달라질 것이기에, 나의 우울과 무기력에 잠식되지 말고, 일어나자!

내 삶은 반드시 더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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