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영화에도, 슬픈 뉴스에도 동요하지 않던 내 마음이 무장 해제되었다. 한 번 해제된 마음은 말랑말랑해져서 스치는 바람에도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나의 눈물을 찾아 준 열쇠는 바로 책이었다.
이스트리드 린드그랜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라는 동화책.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2년 정도 활동한 적이 있었다. 동화책과 그림책을 읽으면서 눈물 흘리고, 웃음 지었던 그 시절의 감동과 즐거움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듯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동화 속 이야기에 푹 빠져서 책을 읽는 내내 벅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주는 힘, 그 상상 속에서 꿈꾸는 미래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지금 나에게 없는 것들이 책을 통해 되살아나고, 내 눈엔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얼토당토않은 꿈을 꾸면서 마음속에 희망을 키워갔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면서, 그 시절의 행복을 기억할 수 있었다. 내가 잃어버린 건, 바로 '희망'이었다. 현재에 집중하면서 순간을 살아가야 함이 맞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꿈을 꾸면서 희망을 품는 일은 지금을 더 힘차게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나를 계산하고, 꿈을 재단하면서 확실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은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들 미래가 계획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꿈꾸면서 살아가고 싶어졌다.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면서 마음속에 희망을 가득 채워 살아가고 싶다. 가슴속에 가득 찬 희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내 몸을 둥실둥실 떠오르게 한다.
다시 찾은 눈물 덕분에 나는 꿈꾸는 희망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