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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서이 Oct 05. 2023

수요일 저녁

나에 관하여


20대의 나는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 같았다. 2년 이상 같은 지역에 머무른 적이 없었다. 낯선 환경은 늘 반짝여 보였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건 신비로운 일이었다. 충만함 같은 걸 느꼈다. 그런 마음에도 중독성이 있는지, 글쎄 금방 질리는 성격인지, 그것도 아니면 도망가고 싶어져 그랬는지 아직 헷갈린다.


2020년 겨울, 나는 중국에 있었고 그 도시의 분위기, 내가 찾은 일, 운동, 친구들이 좋았다. 일주일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고 그 길로 출국할 수 없었다. 코로나였다. 고민과 만류 사이에서, 그다음엔 지독한 무력감과 그리움 속에서 시간이 흘렀고, 다시 공항이 붐비는 때가 왔지만 내 안에는 어떠한 체념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렇게 어느새 기록갱신, 3년째 섬주민으로 살고 있는데 이곳이 싫지는 않다. 오히려 좋아, 고요하고 편안한 여기만의 매력을 알아간다. 연애나 운동 말곤 할 게 없는 동네처럼 보였는데, 둘러보니 할 것도 많다. 부쩍 바쁘게 일주일을 채우고 있는데, 화목은 바이올린 레슨과 연습, 주말에는 얼마 전 수리한 필름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기 바쁘다. 그리고 세상에나, 수요일 저녁에는 집 근처 도서관에서 글쓰기를 한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누가 처음 했을까. 빠른 효과는 모르겠지만 괴로운 시간은 분명 지나가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는 '쉼표', 이제는 어리광 같은 내 슬픔을 쉼표 한 번 찍어 마무리하고 그만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다. 그리고 적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믿는다. 수요일의 새 일정 에세이 써보는 시간이 펜만 들면 아무튼 심각해지는 증상을 없애줄까?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자발적인 글쓰기라 하면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지지리 궁상 어두운 마음을 쏟아내는 것들 뿐이었는데.


잘 살고 있나 하는 고민은 그만두고 명랑하고 싶다. 누군가 미소 지을 수 있는 글을 적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다기에 이 첫 글은 일기마냥, 나만보기 해둔 블로그 글마냥 사적인 이야기로 느껴지지만, 나에 대한 글을 써보라니 당장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이 글에는 1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숙제를 시작한 오늘은 6일째의 밤인걸. 시간이 없다.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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