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요동치는 봄에 목련차

by 무유

곡우가 가까워지니 이제서야 한기 없는 완연한 봄이다.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벚꽃을 올려다 본다.

참 곱다.


다른 수식어는 들어올 자리가 없다.

복잡한 인간사와 무관하게

말없이 피고, 질 때 그냥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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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여린 봄의 에너지와 달리 내 몸은 돌덩이 같다.

온 몸의 근육이 수축되어 안 뻐근한 곳이 없다.

초등학교에서 달리기로 제일 가던 학생 시절은 전생처럼 느껴진다.

이젠 무릎, 발목이 아파서 러닝은 접어두고 있다.

그나마 허리디스크, 족저근막염, 비염증상은 매우 호전되었다.

초가공식품을 거의 안 먹고, 저강도라도 매일 근육 운동을 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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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마음이 그렇게 자주 요동치더니,

중년이 되니 마음보다는 몸이 요동을 친다.

마음이 잠잠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많다.

절친의 조카가 막 중학생이 된 소녀인데 심장과 척추에 큰 질환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의 여동생도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루게릭으로 중환자실에 있다.

동생이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제부가 갑작스런 이석증 발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가 병원에서 적응을 못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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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마음과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미미하다.

그럭저럭 큰 일 없이 무탈히 살고 있는 내 일상에 감사하다가도

주변 상황과 소소한 몸의 통증에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 진다.

잘 살고 있는건가라는 의심도 들고, 생로병사의 사실 앞에 허무하다.

게다가 탄핵, 산불, 요동치는 경제를 보면 세상이 무너질 거 같은 공포감마저 든다.


그럴 때 떠올리는 것은 다시 부처님의 가르침인 삼법인

(불교신자는 아닙니다)


제행무상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

제법무아 - 고정적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체개고 - 그럼에도 인간들은 세상 이치나, 특정한 존재가 실체라고 집착하기에 괴로움이 발생한다.


나와 가족 그리고 세상이 완벽하고 고통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주로 괴로움이 발생한다.

물론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고,

타인에게 연민을 가지고 배려하는 태도 등은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고

겨울은 늘 돌아오는 게 자연의 이치다.


최근 몇년간 불교를 만나고 변한 게 있다면 마음이 비교적 덜 요동된다는 것이다.

불안으로 인해 날밤을 세운다거나, 감정의 극심한 동요로 눈물이 쏟아지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안이 한걸음씩 다가올 때면

잠시 눈을 감는다.


들숨, 날숨을 인식하며 호흡을 열번 정도 한다.

그리고 말해본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는 중입니다.

나도 변합니다.

변하는 모든것을 수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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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좋은 오후에 차 한잔을 마신다.

요동치는 마음이 조금은 잠잠해 진다.

오늘의 차는 봄을 알리는 목련차.


십여년전 청정한 숲을 사유지로 가지고 분이 목련꽃을 따도 좋다고 해서

목련차를 직접 만들어 마셨다. 나에게는 맛도 효능도 꽤 좋았다.

그 후로 매년은 아니지만 종종 봄이 오면 목련차를 만들어 마신다.

봄에만 잠깐 마시기에 많은 양이 필요하진 않다.

은은한 노랑의 목련차 한잔으로 몸이 따스해진다.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인간에게 따여 차로 만들어지는 여린 목련 꽃

탐스럽고 화려해서 눈이 절로 가는 목련.

떨어진 꽃은 크고 시커매서 또 눈에 밟힌다.


아름다움과 감사와 무정함과 잔혹함이 고루 섞인 목련차를 마신다.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오롯이 겪어낸 목련꽃에게 경의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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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말라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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