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꿈

by 망둥이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웬만하면 집에 있으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독감 시즌에는 더 그렇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아주 사소한 일에 에너지 쏟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너무 사소하게도 애가 울어서, 쉬고 싶은데 애가 놀자고 해서, 많이 놀아줬는데 아직 더 놀자고 해서, 낮잠 자라고 방에 들여보냈더니 안 자고 떼쓰고 있어서 화가 난다.


적당한 외부 활동은 맑은 정신에 도움이 된다. 확실히.




캘거리 겨울은 매섭게 춥지만 이따금 서쪽 록키 산맥에서부터 불어오는 chinook 바람의 영향으로 기온이 올라가곤 한다. 그럴 때 밖에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자연 풍경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는 '내가 여기 잘 왔구나' 생각하게 된다. 잊지 않기 위해 자주 신경 써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캘거리 겨울 풍경


우리는 무엇을 보고 아름답다 하는가.


매일 지나치는 지극히 일반적인 장면이 어떤 날에는 반짝거리면서 존재감을 발휘할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특별함은 더욱 반갑기 마련이다. 지금 나의 하루를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지루함을 매일 같이 견뎌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나는 당연한 지루함에 익숙해져 버렸다.




지루함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건 그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맑은 날 우리 집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볼 때나,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 같은 것들을 발견하는 경우 말이다.


그것뿐이겠는가. 매일 반복되는 육아의 공포 속에서도 딸아이의 우스운 행동과 말투, 혹은 첫째와 둘째가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일상적인 모습이 때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반짝여 보인다.


어떤 날에는 그런 생각을 한다. 이 모든 게 꿈일까.

너무 지루하고 힘들고 즐거워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것 또한 집구석에만 박혀 있는 한겨울 육아 휴직 중 할 수 있는 잡념일 것이다.

겨울에만 가능한 겨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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