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난 후 즐거운 것

by 랑지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다. 오랜 기간 다니던 수영을 그만뒀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때 딱! 수영 권태기가 왔었다. 권태기는 부부사이 말고도 너무 많다.


가다 말다를 반복하던 어느 몇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이 왔다. 평소 잦은 두통으로 대학병원 약까지 처방받아먹었던 터라 병원부터 달려갔다.


"환자분! 수영 말고 다른 운동하세요 자전거나 계단 오르내리기가 좋습니다. 편두통환자에게는 숨 참는 운동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신경정신과에서 꽤 유명한 교수님이셨고, 그분도 나와 같은 질환으로 약도 먹고 운동도 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하셨다.

두통이 주는 고통스러움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알기에 단번에 수영을 그만두었다.


재빨리 나와 맞는 다른 운동을 찾아야 했다. 그즈음 나는 갱년기를 혹독히 지나고 있는 중이어서 숨만 쉬어도 온몸의 끈적한 지방이 뱃살로 몰려들어오고 있었다.

수영으로 다져진 몸이기에 당분간은 괜찮겠지 했던 생각은 빛의 속도로 몰려드는 지방에 압도되고 말었다.

더 이상 내 몸을 방치했다가 우리 동네 참치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첫 번째 헬스장을 갔다. 아파트 커뮤니티공간이었고, 아주 저렴했다. 대신 너무 지루했다. 3일을 못 넘기고 운동화를 찾아와야만 했다. 끈질기지 못한 성격 탓은 그만두고 잽싸게 다른 운동을 찾아야 했다.


두 번째는 걷기였다. 전철역까지 걷는 시간은 15분. 출퇴근 합하면 30분. 거기다 점심시간 30분까지 합하면 1시간이다. 하루 8 천보를 정해놓고 걸었다. 간혹 지하철 두 정거장 전에 내려 왕복 4킬로를 걸었다. 걷기는 헬스장보다 조금 오래 했다. 회사를 출근하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그마저도 회사를 옮기면서 끝이 났다.


이러다 참치가 되지 않을까 싶을 즈음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식구들 아침을 챙기는 것도 아니고, 시간 다투어 출근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나만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가능했다. 또다시 두통이 올까 걱정됐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몇 년 만에 간 수영장은 고향에 온 것처럼 설레었다.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한 락스냄새와 물냄새가 뇌까지 스며들어 살짝 흥분되었다.

시설도 몇 군데 수리보수를 한 모양인지 더 깔끔해졌다. 20여 년 전 척추관협착증으로 내 허리에 기다란 핀삽입을 했는데 그 덕분에 관내공공시설 이용료는 50% 만 지불하니 그 또한 러키비키다.


두통을 생각하지 않고 쉼 없이 헤엄치다 보니 30분이 지났다. 어랏 괜찮네라고 생각할 때쯤 미세한 반응이 왔다. 눈 위로 지그시 누르며 뻑뻑한 느낌이 시작된 것이다.

수경을 벗고 심호흡을 해본다. 양쪽 관자놀이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른 상태에서 하품하듯 입을 벌리고 닫는다. 너튜브에서 본 지압법이다.

수영 첫날 두통은 왔지만 다시 도전했다. 다음날은 다행히 멀쩡했다.


운동은 힘들다.

깊이 2미터도 안 되는 풀장에서 빠져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도 온다. 호흡하려던 입속으로 옆 레인에서 사정없이 쏟아져 들어올 때도 있다.

발이 땅에 닿을새 없이 달리다 보면 주위는 고요해지고 물속에 부유하는 물고기처럼 천천히 내 지느러미를 움직이게 된다.


그 모든 힘든 순간은 운동을 끝낸 후 보답받게 된다.

다리가 후들거리도록 기운이 빠지고 온몸은 엿가락처럼 늘어지게 되지만.

그럼에도 뿌듯하다. 수영장 문을 나오는 순간 온몸은 리프팅되고 피는 팔닥거린다. 입안에 넣으면 폭죽처럼 터지는 사탕처럼.

타닥타닥 톡톡

콧등에 맺힌 땀과 칼바람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이 운동을 하고 난 후 너무 즐겁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난 후 즐거운 것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러닝이 즐겁고 또 누군가에게는 필라테스가, 요가가, 줌바댄스가 즐겁다. 한 시간 또는 그 이상 하는 운동을 끝낸 후 느껴지는 만족감이 삶에 큰 자극이 되어 준다.


책을 읽은 후 여운이 오래 남는 것.

오래도록 생각하고 썼다 지웠다 하는 것.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천천히 걷는 것.

맛있는 음식을 해서 정성스럽게 차려 먹는 것

그리고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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