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즈워크 말고 이어워크(earwork)

깃털장난감은 이제 그만!, 이제부터라도 고양이의 귀에 주목하자. 

개가 후각의 동물이라면 고양이는 청각의 동물이다. 

개과 동물중 일부가 매우 예민한 청각을 지니고 있고 이러한 청각을 이용하여 사냥을 하기도 하지만 개가 지닌 감각 중 가장 탁월한 것은 역시 후각이다. 

개의 예민하다 못해 탁월한 후각은 인간에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 마약이나 무기를 찾아내는 공항탐지견이다. 시취견이라 하여 조난된 사람의 사체를 찾거나 영토내에 침입한 적의 뒤를 쪼는 추적견도 바로 이런 개의 탁월한 후각을 활용한 예이다. 

고양이의 경우는 개와 달리 청각이 발달하였다. 고양이는 가청주파수 대역이 사람에 비해 훨씬 넓은데 특히 고주파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고양이는 이처럼 고도로 발달한 청각을 이용하여 먹이감의 존재와 위치를 확인하고 몰래 숨죽이고 접근하여 쏜살같이 덮치는 방식으로 사냥한다. 반면 후각이나 시각은 그리 발달하지 못했는데 특히 시각은 사람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판별할 수 있는 색상도 제약되고 빨리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명료한 상을 얻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다만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다. 야간에 사냥을 하는데 필요한 저조도 하의 시력과 주간의 명료한 시각을 맞바꾼 것이다. 

샤냥연습을 하는 고양이, 사냥감의 소리를 듣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고양이용 장난감은 거의 대부분 고양이의 시각을 자극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장난감들은 고양이의 눈앞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형태이다. 고양이는 이처럼 눈앞에서 빨리 움직이는 물체에 크게 반응한다. 이런 물체를 사냥감으로 착각하고 이를 잡기위해 애쓰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고양이의 행동을 보며 배꼽을 잡는다. 

그런데 사실 고양이의 시각능력은 이처럼 바로 눈앞에서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데 어려움이 있다. 아니 눈 바로 앞에서 무언가를 빨리 움직이는 행위는 고양이에게 그리 적합하지 못한 놀이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양이는 눈앞에 어른 거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채 주의를 집중하게 되는데 이는 고양이의 시각능력을 혹사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까? 고양이가 진정으로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무었일까? 

고양이는 킬러다. 타고난 사냥꾼이다.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이러한 고양이의 본능에 숨어 있다. 그렇다.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사냥이다. 사냥을 흉내낸 놀이 역시 좋아한다. 그런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과 능력은 바로 숨어 있는 사냥감의 소리를 듣고 그 위치를 찾아 내는 것이다. 

개에게는 노즈워크라는 개념이 있다. 후각이 발달한 개가 사냥감을 뒤쫒는 행동을 흉내낸 활동을 겨루는 일종의 게임이다. 개의 능력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역을 시키는데 이것이 경기로 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노즈워크는 반려목적으로 길러지는 개의 행동풍부화의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이러한 활동 자체가 개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즐거운 행위인 것이다.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진화한 고양이의 귀

고양이는 집에서 길러진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병원에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생 집에서만 살아간다. 본디 매일 수백미터~수킬로미터의 영역을 돌아다니며 탁월한 청각을 활용하여 먹잇감을 사냥하던 고양이는 집안의 단조로운 환경에 쉽게 실증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고양이의 행동풍부화에는 바로 이어워크(earwork)가 안성맞춤이다. 집안의 곳곳에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숨겨 두고 새나 설치류와 같은 작은 동물의 울음소리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여주고 이를 고양이가 찾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어워크다. 

고양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고양이라는 동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연구하기 바란다. 이어워크, 고양이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고양이연구가 심용주 박사

*이어워크(earwork): 개의 노즈워크에 착안하여 심용주 박사가 창안해낸 신조어이자 개념이다. 고양이의 행동풍부화를 위해 고양이의 청각을 활용하는 활동을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