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요새 돈 못 벌어요

선생님 우리 아빠 가게에 와주세요

by 샐리

지난 금요일 오후, 근무 중엔 연락을 잘 안하는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막내 준서가 다니는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남편이 일하는 식당에 오셨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답장을 하려는데, 카톡이 이어서 도착했다.



"여보.

담임 선생님이 요새 입맛이 없다-라고 했더니,

준서가 '우리 아빠 요새 돈 못 벌어요.

꼭 아빠가 일하는 식당에 가세요'라고 했대"



두둥...

우리 막내가 정말 이런 말을 했다고? 왜?


아, 맞다.

그제야 기억났다.

준서가 장난감 사달라, 편의점 가자며 자꾸 조르길래 했던 말들. 반은 사실이고, 나머지 반은 과장과 거짓을 적절히 버무린 협박. 그 걸 듣고 놀라고 낙담하던 준서 얼굴이 떠올랐다. (그 모습이 귀엽고 순진해서... 더 놀리고 싶었던 저를 참회합니다..)


"아빠 하루에 만 원 밖에 못 벌어. 너 이거 사주고 나면 우리 뭐 먹고살니?"


"이 집도 우리 집 아니야, 남의 집 빌려서 사는 거야. 언제든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해. 과자 살 돈 모아서 우리 집 사자."


"아빠한테 빚이 많거든. 나중에 네가 커서 갚아야 할지도 몰라."



그런데...

준서가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걸까?


선생님은 아마 준서의 속 깊은 마음을 기특하게 여기셨겠지. 그리고 제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정말 남편이 일하는 식당까지 오셨을 것이다 .

(선생님 송구스럽고 감사합니다)



날 이후, 남편은 준서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꿀이 뚝뚝 떨어진다.


"아빠를 제일 만만하게 대하더니... 아빠 걱정을 그렇게 했을 줄 몰랐다." 며 감동 어린 표정이다.


"근데... 다음에는 그런 말 절대 하지 마. 아빠 돈 잘 못 번다는 얘기 부끄럽다."

이건 또 무슨 신파인가.


준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아빠 돈 못번다고 나가서 얘기하지 마라"



이 헤프닝의 마지막에, 나는 준서에게 물었다.

혹시 선생님께 우리 집 얘기도 자주 해?”

“응. 맨날 맨날.”


! 그렇구나.

아이가 집에서 나눈 얘기를 밖에서 다 하는구나.

앞으로 말조심해야겠다.

샐리야. 더 잘 하자!


그리고 글쓰기 모임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줬더니,

준서가 크게 될 아이라고 난리다.

아빠 가게 홍보까지 하는 대단한 아이라고.


그래! 우리 막내 매력 팡팡 터지지.

이래서 엄마는 니가 이뻐서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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