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경험이 어떻게 다음 문을 여는지에 대하여
안정적인 직장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는 것이 성공의 정석처럼 여겨지던 세상에서, 이제는 하나의 정답은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때로는 계획에 없던 만남이, 그리고 의도치 않았던 경험이 우리를 전혀 새로운 길로 이끌기도 한다.
인도의 젊은 프리랜서 웹개발자, Killian(가명)의 이야기는 정해진 경로를 이탈했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것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미래 예측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흥미로운, 인생 항해에 대한 이야기다.
Killian이 현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자유’였다. 그는 조직의 안정을 택하는 대신,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선택했다.
“저는 상사가 없는 삶을 원해요. 책임은 온전히 제 몫이지만, 제가 원할 때 프로젝트를 수락할 수 있죠. 저는 젊고,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든 어느 도시로든 떠날 수 있어요. 이 유연함이 지금 저에겐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그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는 프리랜서 플랫폼에서 일 하나를 얻기 위해 적게는 50번, 많게는 100번씩 지원서를 내야 했던 지난한 과정을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후회 대신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Killian의 커리어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거대한 기술 컨퍼런스나 유명 기업의 면접장이 아니었다. 그가 영어를 가르치던 교실이었다.
“웹 개발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더니, 사업가였던 제 학생들이 ‘그럼 우리 회사 웹사이트를 만들어 줄 수 있나요?’라고 묻더군요. 제 첫 클라이언트가 바로 제 학생이었던 거죠. 인생은 정말, 어떻게 경험이 서로 연결될지 모르는 것 같아요.”
영어를 가르치는 경험이 웹 개발자로서의 첫 문을 열어준 것처럼, 하나의 점은 무의미하게 흩어지지 않고 언젠가 다음 점과 이어진다. 그가 만약 ‘영어 교육’과 ‘웹 개발’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고 선을 그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사실 Killian이 처음부터 웹개발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그는 AI의 유행에 맞춰 데이터 과학을 먼저 공부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AI 분야는 신입에게 아주 높은 수준의 학위와 수학적 지식을 요구하더군요. 진입 장벽이 높았죠.”
그는 좌절하는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실무 능력을 더 중시하는 웹 개발로 유연하게 방향을 틀었다. 이 커리어 전환은 ‘실패’가 아닌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리고 AI를 공부했던 경험은 훗날 백엔드 개발을 할 때 훌륭한 자산이 되어주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계속 배우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절대 손해가 아니니까요. 제가 개발을 배우며 저지른 수많은 실수들조차, 결국엔 올바르게 배우는 법을 가르쳐주었죠. 어떤 경험도 나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AI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3시간 걸릴 단순 코딩 작업을 30초 만에 끝내주는 ‘강력한 조수’이자, 그의 유연한 삶을 가능케 하는 또 하나의 ‘유용한 도구’ 일뿐이었다.
정해진 설계도 없이, 매 순간의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인생의 다음 버전을 만들어나가는 사람. Killian은 단지 프로그램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코딩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혹시 우리는 ‘하나의 올바른 길’이라는 강박에 갇혀, 예상치 못한 경험이 열어줄 또 다른 문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프리랜서 플랫폼 (Freelancer Platform)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단위의 계약을 맺어 일하는 프리랜서와 클라이언트를 연결해 주는 온라인 공간이다. 업워크(Upwork), 파이버(Fiverr) 등이 대표적이며, 디자인, 개발, 번역,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경에 상관없이 일거리를 찾고 자신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