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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hsah Nov 11. 2018

#2. 사랑이 없으면

사랑이 빠진 옳은 말은 그저 꽹과리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는 사랑을
-성 어거스틴-

지하철에서 남자친구와 싸웠다.

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농담이, 그의 오래 된 상처와 현재의 걱정을 건드려 정색한 데서 비롯된 일이었다. 여러 말이 오갔고, 여기의 중심은 서로 미묘하게 다른 가치관의 차이였고, 물론 나에게는 지하철에서 울고 소리치면서도 굽히지 않을 만큼 옳다고 생각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 가치관의 가장 상위에 있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주로 울고 소리치면서 했던 이야기가 이것이었다.

“내가 오빠를 생각하고 잘되었으면 하는 사람같아, 아니면 내가 오빠를 아프게 하려는 사람이야? 아니잖아... 말을 왜 그렇게 받아들여...(=너를 아프게 하려는 게 아니라 나는 이걸 옳다고 생각함을 이야기하는 거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진정으로 그를 생각해서 한 말인지 의문이 든다. 그 상황에서 상대를 진짜 걱정하고 아끼는 중심이었나, 아니면... 누가 옳고 그른지가 중요했던 건 아니었나. 옳지 않다고 생각한 상대를 비난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

정말 상대를 생각한다면 이런 식의 반응은 그의 변화는 커녕 반발심만 이끌어내지 않나.


가끔은 내 안의 어두움보다 상대의 티끌만 잘 보이는 때가 있다. 옳고 그름을 누가 판단할 수 있나. 옳은 것만 주장하다가 사랑을 잃는다면, 옳음보다 사랑을 택했던 그를 십자가에 못박은 율법자들과 다른 게 무어가 있나.

나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내가 사람의 방언(능력 가득한 말)과 천사의 말(하늘의 말)을 할 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의미 없는 소리)와 울리는 꽹과리(귀를 막게 하는 악기)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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