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비를 막아주는 무언가가 있을 때 비로소 들리는 소리. 그게 우산이든, 유리창이든.
비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화창한 날씨가 좋다. 비가 오는 날은 어쩐지 어둡고 습하고 눅눅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내내 회사에서 일과 사람 때문에 어둡고 습하고 눅눅한 느낌이 들던 오늘. 우산을 높이 들 힘도 없어, 머리에 기대고 걸어가던 중 길까지 잘못 들어 좀 헤매게 되었다. 한참을 걷다가 문득 노오란 은행나무들이 가득 보이는 광장을 발견했는데, 저녁임에도 비를 맞은 잎들은 너무나 싱그러워보였다. 그 순간부터,
우산 너머 내 귀를 때리는 청량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가보다. 우산이 없는 사람에게는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비를 피해 뛰어가기 바쁘다. 적어도 지금 나는 우산이 있다. 마음의 우산도 있다. 잘 안 꺼내서 그렇지.
지금 내게 생기는 갈등과 문제가, 내 잎들을 더 싱그럽게 만들 거라고 믿는다. 이 일들을 허락하시는 당신이 옳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