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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15~24.
스코틀랜드 5박 6일, 아일랜드 3박 4일, 네덜란드 반나절.
우리 가족 첫 번째 유럽 ‘배낭여행’.
여유롭게 다닌다고 일정을 짰는데도, 스코틀랜드에서 스카이 섬을 다녀오고, 아일랜드로 넘어가고, 가방을 잃어버리는 통에, 생각보단 여유롭지 못했다.
각자 맘속에 기대했던 바는 달랐으나, 이래저래 이야기하며 맞춰서 다녔다.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번 여행기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이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란 어떤 역할일까,
최고의 부모가 될 자신은 없어도 적어도 나쁜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게 되는 법이다.
숨을 불어넣었던 순간부터, 자식이란 피붙이는 때로는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지나왔던 세월 속에 헛디뎠던 돌다리가 떠올라 자식들을 바르게 키우려 해도, 자식들은 한참 지나서야 그 뜻을 어림짐작 할 뿐이다.
온전하게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독립한 성인이 된 후, 부모님을 동반하여 열흘 간 여행을 떠난다는 것. 어찌 보면 나는 너무 편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짧은 열흘 동안에도 나는 어쩌면 내 위주로 생각하고, 당신들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뒤돌아 보니 생각나는 아쉬웠던 순간들도 있지만, 그래도 참 좋았고 행복했노라 말해주어 또 시간을 맞추어 떠나겠다 다짐한다.
어른이 되는 것은 어쩌면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고서는 영영 모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내 자식이 내 나이가 되어도,
나의 부모와 나처럼, 세대차이가 있더라도, 삶의 배경과 살아온 궤적이 다르더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다가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나의 부모님을 위해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