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블랙 Mar 02. 2020

<아프리카와, 그리고 상관없는 이야기> -4

진짜 아프리카로 가다.


세 나라의 국경이 맞닿은 곳에 숙소를 잡았다.

1.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근거지로 하고, 3일간 잠비아를 다녀왔다. 잠비아에선 livingstone이란 도시에 있었는데,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victoria falls가 짐바브웨와의 국경 가운데에 있다. 그러한 연유로, 짐바브웨 쪽 폭포를 구경하고 번지점프를 하려 국경을 넘었고, 사파리를 하러 초베 국립공원을 가느라 보츠와나 국경을 넘었다. 3일 동안 3개 국가의 무수힌 입출국 도장들이 여권에 찍혔다.

 육로로 입출국을 하다 보니, 입국심사를 깜빡하고 돌아와 불법입국자가 될 뻔하기도 했다.

난장판..
빨리 좀 해주실 분?( 회색 티가 에바리스토)

2. 남아공은 유럽에 가깝고, 잠비아야 말로 티브이 속에서 보던, 상상하던 아프리카였다. 아직도 식량이 없이 먼길을 물과 빵을 위해 머리에 짐을 이고 다니는 여인들, 딱히 할 일이 없어 거리에 나와있는 남자들. 누군가는 그 속에서 성공하려 발버둥 치고, 누군가는 그것을 보며 비웃는다.

먼 길을 걷고 있다.


3.3일간 함께한 evaristo라는 택시기사 겸 가이드는, 전자의 인물이었다. 그가 한국에서 태어나 스타트업을 했다면 대성했을 것이다. 조우한 사람들 중 가장 열정적이고, 무엇보다도 성공에 대한 갈망이 대단했으며(그것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일차원적인 동기일지라도), 고객 입장에서 미리 준비하고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잠비아를 방문할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성공한 그와 허심탄회하게 그의 성공담을 들으며 축배를 들고 싶다.

 나에게 아시아인들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당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싶다고 부탁했으나, 나조차 잠비아란 나라의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도대체 나말고는 다녀온 사람도 없는데 누굴 소개해준단 말인가.. 어쨌든 명함은 받아왔다.


 4. 숙소에선 수돗물에서 흙탕물이 나왔으며, 에어컨은 없었다. 그나마 꽤 관리가 잘되는 숙소임에도 바퀴벌레와 모기 등은 어떻게 피할 것인가.. 뭐 이래저래 그래도 쿠바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게 진짜 아프리카다”이래 가며 재밌게 지냈다.

첫인상
수영장이 있었으나 써보진 못함
신나 버림

5. 일은 좀 잘 못하긴 한다. 일단 점원들이 대개 숫자에 취약하고, 실수가 잦다. 남아공 카페에선 각기 다른 4잔의 커피를 만들며 3번을 잘못 만들어 새로 내왔으며, 잠비아에선 피자헛에서 피자의 크기와 메뉴 모두 바뀌었다. 뭐 그래도 크게 웃고, 행복하게들 지낸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보면 뭐 어쩐지, 이런 것쯤은 크게 상관이 없어진다.


6.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고 싶었으나, 남아공에선 도시의 불빛에, 잠비아에선 흐린 날씨에 보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다.

차에서 찍은 사진이라 양해 좀

7. 사파리 픽업차량이 월요일(20.2.17) 오전 7시에 우리 숙소에 도착하기로 되어있었으나, 10분이 넘게 도착하지 않았다. 누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부킹 매니저의 짐바브웨 번호를 what’s app에 등록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다행히 연결이 되었다. 이래저래 알아보더니 결국 8시쯤 우리를 데리러 택시 한 대가 왔고, 출발이 늦어진 탓에 원래 투어 그룹과는 합류하지 못한 채 private투어를 했다. 전화위복.

택시 기다리며 동네 구경
최대 번화가
날씨 좋다~


8. 철창 속에 동물을 가두어 놓고, 먹이를 주고, 동물원에서 그들을 조롱하듯이 구경하는 것과, 동물이 실제로 거주하는 영역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사파리 투어였고, 너무나 만족스럽고 감격스러웠다.

다만 다큐 프로그램이나 라이온 킹에서 보던 넓은 평야와 초원을 생각했는데, 초베 국립공원은 수풀이 무성한 곳이었다.

이런 차에 탄다
이런 느낌


9. 흔히 사파리 투어는 빅 5를 보러 가는 것이라고 한다. 빅 5는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를 칭하는데, 보기 어려워서 빅 5가 아니고 과거에 원주민들이 사냥하기 가장 어려운 5개의 동물이라 해서 빅 5란다. 우리가 간 보츠와나의 초베국립공원은 식생이 맞지 않아 코뿔소는 없는 곳이고, 코끼리와 버펄로는 질리도록 보았으며, 사자와 표범 같은 육식동물은 한낮에는 수풀에 몸을 숨기고 수면을 취하는 시간이므로, 겨우 깊은 수풀에 몸을 숨긴 암사자의 궁둥이만 보고 왔다. 몇 시간 동안 나무 위만 올려다보았건만, 나무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표범은 만나지 못했다.


10. 점심식사 후 보트 투어를 하는데, 비가 내리 시작했다. 이쪽에서 출발해서 저쪽을 찍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저쪽에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소나기에서, 폭우로 변했고 모두가 홀딱 젖었다. 비에서 몸을 조금이라도 가리느라 정신없었다. 동물들도 몸을 피하고 있었다. 돌아가자며 몇 번을 가이드에게 말했으나, 융통성이 없었다. 나는 그가 아프리카 꼰대라며 놀렸다.

보트 투어 가즈아!!!!!!!
집에 좀 가즈아ㅠㅠ


11. 생각해보면, 융통성이 없다는 말은 수동적이라는 말과 같다. 능동적으로 무엇인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며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 그 경험의 폭과 깊이에 따라 인물의 내공이 결정된다. 나에게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런 의사결정과 미지의 상황에 나를 자주 노출시켜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은 덤일 뿐이다.


넘나 귀엽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리카와, 그리고 상관없는 이야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