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가만 내 얘기 좀 들어줘

by 모래쌤


내 말을 들어주는 당신이 없으니 말할 데가 없어.

누구 붙잡고 하면 되긴 하겠지만 그게 또 그렇게 되질 않아.

알잖아.

바쁜데 누가 그렇게 내 얘길 들어줘.


당신도

뭐 어딜 가자거나, 뭘 같이 하자거나 하는 건 안듣지.

다 반대하고 , 태클 걸고.



근데

내가 뭔가 머릿속에 뽕! 하고 떠오른 생각이 었어

막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책 읽고 너무 좋았던 거 정황하게 이야기 하거나

뭐 그런 거. 그러니까 내가 푸는 개똥철학 같은 그런 썰~

그런건 정말 잘 들어줬었잖아.




내가 당신 만나서 제일 좋았던 게 그거였나 싶을 만큼

연애할 때부터 그런게 좀 신기했던 것 같아.





당신이랑 4.19탑 밑에 그 떡만둣국집에서 만둣국 먹던 날

당신이 내 앞에 앉아서 떡하나 올린 수저 들고


"아~ 네. 네."

하면서 진정성 있는 태도로

정성을 다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하던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

먹을 때도 어쩜 그리 오물오물 소리도 안내고 얌전하게 먹던지..


여름에 처음 만났고, 그 때가 초 겨울이었으니 꽤 여러번 만난 후였는데도

당신은 늘 그런 경청의 모습이었지.

음식도 우아하게 먹었고.

( 소리 안내고 먹던 건 완전 쇼 였다는 걸 결혼식 올리고 알았지.

쩝쩝이~~~ ㅋㅋ)



아무튼

그렇게 경청하는 태도로 공손하게

남성적인 매력 보다는 겸손한 태도로 다가와 준 당신이

무슨 이야기 해도 편하게 들어줄 것 같은 그 모습이

좋았어.













오늘 그런 당신의 모습을 그리며

요즘 아이들 수업하느라 다시 읽은 책이야기 하려고.


충격이었거든.


그 책을 몇번이나 봤는데


이번엔 더 충격이었다니까. 책은 볼 때마다 새로워.

아마도 내 읽기 실력이 계속 느는 모양이야.


<지킬박사와 하이드>

스티븐슨 작품.


당신도 알자나.

내가 한동안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 '홍광호'에 푹 빠져있었어서..

'지금이순간... 내 모든 것~~~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지금 내겐 ~~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 뿐!"


조승우 보다 나는 홍광호가 훨씬 더 매력적인 보이스라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엄청 열심히 들었었지.










선과 악이 한 몸안에 존재하지 않게 분리 시킬 수 있다면

세상이 훨씬 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의사였던 지킬박사가 연구끝이 자신안의 하이드를 나타나게 한 것인데.


작가가 인간의 마음에 두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우리 안에 착한 마음, 나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쁜 마음을 잘 다스리며 살아야겠다. 그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아.


하이드의 악행이.

예전에 봤을 때는

이건 악마다.

어떻게 사람 안에 이런 악이 있어. 생각했거든. 좀 과장됐다라고도 생각했고.



이번에 다시 보니 이 악마를 현실에서 너무 많이 보고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이드가 댄버스 커루 경을 살해하는 장면이 있어.

길에서 우연히 만났고, 그저 가볍게 인사하며 지나가는 행인이었는데

자신의 속에서 들려오는 지킬의 목소리

저 사람은 훌륭한 일을 많이 한 댄버스 커루 경이다.

저 사람은 좋은 법도 만들었다.

뭐 이런 이야길 들으면서 오히려

그에 대한 분노가 올라오고 급기야

힘없고, 죄없는 노인을

무자비하게

자신이 들고 있던 지팡이로 내리쳐.


거의 한 번에 그 노인은 죽은 거나 다름없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졌는데

하이드는 커루 경의 두개골에 지팡이가 움푹 패여 들어갈 정도로

지팡이 부러져 나갈 정도로 계속 패는거야.

그리고 환희에 가득차

그 벅찬 감정에 끙끙 신음소리까지 냈다는 장면을 읽을 땐

우웩 토 할 것 같은 기분.


누구 또 지나가는 이가 없나 살피며

피에 굶주린 모습은 진짜 악마였어.


그런 악마가 지킬박사라는 고매한 인간 안에 있었다니.












여보.

당신은 좋겠다.


여기 요새 난리도 아니거든.

너무 시끄러워.

상식이라는 게 사라졌어.

무법천지가 된 느낌이야.


이런 험지에

마누라 혼자 고군분투하게 두니 좋아?

쪼만한 사람이 종종 거리며 다니는 거 보니 좋냐구?


법체계가 무너진 듯한 모습을 보여서 그런건지.

지킬의 모습은 버리고 하이드로 살기로 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보여.

자기가 뭘 잘 못했는지도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 하거나.

뻔뻔하게 선한 말투로 눈가리고 아웅하거나.


우울증이에요. 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그저 자신의 분노를 불특정한 타인에게 퍼부으려는 하이드들.


이러한 인면수심의 인간들이 갑자기 출현한 건 아닌데.

분명 늘 있어왔는데.

더 크게 다가오는 건

내 멘탈이 약해진 탓인지

세상이 더 험해진 탓인지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아이들도 나도 불안증 같은 게 생겨서

사건 사고 소식을 들으면 예전에 비해 훨씬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맹자 선생님이 우산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을 얼마전 책에서 읽었는데.


우산은 우리가 쓰는 우산이 아니고 산이름이거든.

우산에는 나무가 없어.

사람들은 우산은 나무가 없는 산이다 그랬대.

근데 원래 거기가 엄청 아름다웠는데

사람들이 하도 베어내 쓰기만 하니까 그렇게 된거지.

그렇게 세월이 가다보니 사람들은

우산은 원래 나무가 없는 산이다 그랬다는 거야.



사람의 마음에도 원래 사랑과 옳음의 마음이 있었는데

양심을 계속 베어버려 본래의

사랑이나 옳음의 마음이 사라진것이라고.




양심을 지켜야지! 너무 당연한 말인데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된거지?


책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부끄러울 때가 많아

아이들이 뭘 보고 배워야 하는 건지.

그러면서도 늘 어른들은

공부공부 그 얘기만 하고 있으니.


공부도 뭐 제대로 된 공부나 하라고 하냐고.

책을 읽어야 사람이 되지!!!!


내가 책 읽어야 사람된다하면 영업하나보다 하니

말하기 뭐하지만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양심을 잘 지키고 사람답게 살 수 있게

그런 책 읽기와 그런 공부를 해야하는데

정말 안타까워.


정말 나중에 냐가 학교를 세울까?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일이잖아 여보.











세상이 이렇다 보니

양심을 지키고 옳게 살려고 하면 호구취급을 해.

여기저기 불법이 성행하니까.


나같이 어리바리한 사람은

더 겁이 나는 거지.

다 나를 속이는 것만 같아서.

아이들이 바보같은 엄마만 믿고 있다가

어려움 겪게 되면 어쩌나 싶고.



어쩔 수 없이...

나...

당하기도 많이 당하고

더 겁쟁이가 되 버린 것 같아.








여보.

당신 가고 두 달만에 무시무시한 보이스 피싱 당하고

공황장애 가 이런건가 싶게

누가 나를 따라오는 것 같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 보는 것 같고.

무섭게.



서울로 어디로 보험회사 뭐 정리하러 돌아다닐 일은 많고

낯선 곳에 가면 더 심해서

혼자서 갈 수 밖에 없는 많은 곳들을 다니며

얼마나 많이 울었나 몰라.












그런 증세가 조금 나아지는듯 했는데.

흉악한 사건의 소식을 들으면 다시 병이 도져.

한동안은 또 엘리베이터를 못 타겠는거야.

누가 같이 탔는데 심장이 조이는데...

이러다 쓰러지겠다 싶었던 적도 있었어.

그래서 아이들 내려오라고 해서 같이 올라가고

아이들이 없으면 차에 앉았다가 애들 오면 같이 올라가고.

하여간 이게 무슨 일인지.


아이들한테는 엄마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자꾸 약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니 면이 안 선다 진짜....



오밤중에도 엄청 잘 돌아다니던 나로 다시 돌아가야 해!!!


힘 내 보려고 걷기도 시작했으니 나아지겠지.










눈 밟는 소리 들려줄까?

당신은 뭐 또 군대 생각 난다 할지 모르지만

이동네에서는 진짜 귀한 소리잖아.


당신이랑 옥신각신 하며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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