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도 한분이 오셨는데.
여보. 교회 어떻게 하지? 진짜 잘 안가고 방치해 뒀어.
거기는 2024년 1월 7일에 멈춰 있어.
그런데 내가 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앉으면 시간이 막 거꾸로 가.
기억력 진짜 없는데... 나의 기억을 새록새록 새롭게 만들어.
자모실 창에 붙여둔 주일학교 행사 사진들이,
여기 저기서 당신 글씨들도 툭툭 튀어나와.
책들이, 주보가, 강대상이, 소파가,
주방에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욱 늘어놓은 그릇들이,
별게 다 눈에 들어와.
그래서 그냥 피하기만 했지.
근데 계속 그냥 둘 수가 없어.
어떻게든 이제는 정리를 해야한다 마음 굳게 먹는 날은 한번 가서 정리하다가
막상 가서 정리하다보면 또 막 툭툭 튀어나오는 것들때문에 멈춰.
정리하다가는 또 멈추고 또 멈추고... 그냥 둘까?
그냥 두고 싶어 마음은. 애들도 그냥 두고 싶어하고.
깨끗이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그리고 아무도 없어도 나 혼자 예배드릴까?
근데 알다시피 거기 대출이자랑 아무것도 안해도 관리비가 계속 나오니까
힘들어.
세상에 생각해보니 피아노 안 친지도 일년이 지났다.
내 생각에는 이렇게 작은 교회에서 교인도 별로 없고,
결국 내가 늙어도 돋보기 쓰고 요래 내려다보면서 안보이는 악보 봐가며 반주하는 것 아닐까 했었는데...
그럴 일은 없어졌네.
편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이들은 요즘 너무 좋은 목사님 만났잖아. 유목민마냥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아이들이 큰 교회에는 적응을 못하더라고.
그러다가 하준이 군대가면서 큰애가 거기 찬양인도 사역을 좀 맡아달라해서 가게 됐고.
둘째도 거기 다니면 좋겠던데 얘는 형보다도 더 숙기가 없잖아.
근데...
이번에 겨울 수련회 다녀와서 거기로 가기로 했어. 잘됐지?
그 교회에 아이들이 있다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편해. 감사해.
특히 예배시간에 진짜 형식적으로만 앉아 있어서 슬프게 하던 둘째녀석 요새 아주 믿음 생활 잘 하고 있다니까. 당신도 보고 있겠지? 진짜 너무 감사한 일이야.
근데 여보.
큰애가 거기서 찬양 인도를 하는 모습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게 되면
감사하기만 하진 않아.
마음 한 켠이 쓸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
가슴을 칼로 베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
우리 사역은 실패했구나.
나는 망했다.. 뭐 그런...
교회를,
정리를 하긴 해야한다 생각하고, 기독정보넷에 올려두니 교회를 하시고픈 분들이 연락이 와.
나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다
천사를 만난 것 같다는 둥.
곱다.
예쁘다.
천상 사모님이다.
막 이러는데... 그나마 당신 옆에 있을 땐 누가 그런 이야길 해도 그냥 듣고 칭찬으로 넘겼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 말들이 다
너 바보같다.
그렇게 들려...
며칠 전에도 한분이 오셨었는데.
나보고 목회를 하라는 둥, 반만 자기가 쓰고 나머지는 내가 하라는 둥.
그러시더니 보증금도 없으시다는거야.
그래도 내 마음은 그렇게 하시라고 편하게 쓰시라고 막 그러고 싶은데.
진짜 바보되면 어쩌나 싶어 대뜸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는거야.
아이들과 상의하겠다 했지. (많이 똑똑해졌지?)
막 나를 끌어안고 기도까지 장황하게 해주고 가셨어.
누가 날 위해 그렇게 기도해 주는 거 진짜 오랜만이었어 여보.
너무 좋더라고.
근데.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하시겠다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있고.
이거 또 그냥 와서 보고만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고.
계속 두고 볼수 있는 형편은 안되면서도 마음은 이렇게 갈래갈래였는데...
계약 안하신다고 연락 왔어.
하나님께 응답 받은 것처럼 말씀하시고
마음이 너무 편하다는 둥 그러시더니...
사람들이 다들 너무 말이 앞서.
요즘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이 있었다면 어떻게 답을 했을까를 계속 생각해.
세월이 얼마야! 나 어느정도는 예상 가능하거든. 당신 대답이.
당신의 말이 다 맞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단 당신 이야길 들어보고, 그 다음에
또 생각해 보고 그러는거지. 잘 하고 있지 나?
저번에 정리해둔 낡은 책들. 당근에 올렸어.
책은 저번에 교실 옮길 때 보니 폐지 모으는 분들이 진짜 올리자마자 0.1초만에 연락 오더라고.
그거 하나는 했네.
진짜 벌레 나올 것 같은 누런 책들, 어려운 신학서적들이던데.
당신 흔적이 많거나 두고 보고 싶은 책들은 미리 집으로 옮겨놨었고.
이건 진짜 버리려고 진짜 마음 먹었던 것들이야. 당신있었으면 멀쩡한 걸 왜 다 버리냐고 했겠지?
너무 안버리고 살아서 정리하기 얼마나 힘든지 알아?
이렇게 되니 더 어렵잖아. 나 원래 잘 버리는데....
맘 먹고 오늘 떠나보냈으니 더이상 잔소리하기 없음.
아이들 이번에 수련회때 찬양하는 모습 보여줄 게. 인도하는 크로스티 찬양팀. 멋진 인도자 큰 녀석.
준이도 잘 찾아봐.ㅎㅎ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