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할까?
여보. 어떻게 생각해? 당신은 나한테 맨날 "여보. 어휴 좀 유도리 있게 해. 남들도 다 그렇게 해. 그 사람이 그러든지 말든지 당신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 유난스럽게 신경을 써. 당신만 피곤하지."라고 했었지. 유도리 있게 해야 하는 걸 잘 못해서 나도 내가 답답할 때도 많았고. 나는 못하는 걸 척척 잘들 하며 편하게 사는 것 같은 이들을 보며 부글부글 했던 때도 있었고. 양심적으로 사는 게 무슨 대단한 일처럼 칭찬받는 이상한 세상이지만 양심적으로 살아야하는 건 기본 아닌가.
친척들은 어릴 때 말썽도 안 부리고 공부도 잘하던 것만 생각하고 지금 부모님께 효도 많이 한다고 칭찬들이 늘어지지만 사실 사춘기 오춘기 암튼 긴 세월 부모님 속 많이 썩였어. 중학교 때 내 별명. 내가 하도 이야기해서 당신도 알지?
"불의를 참지 못하는 김 OO"
그냥 정의로운 김 OO이라고 해 주면 안 되냐고 하면 친구들이 "아니! 너는 정의로운 건 아닌 것 같은데 불의를 못 참아." 그러더라고. 맞아. 정의롭다고 하기엔 조금 자잘한 일들에 분을 내는? 그냥 남들은 대충 넘어갈 일도 '이건 못 참지.' 하면 사달을 내곤 했었던 것 같아.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이 체육선생님이었는데 조회, 종례를 안 들어오잖아. 여중 1학년 우리에게 요상한 농담이나 하시고 얼굴은 항상 술 잔뜩 마신 다음날의 모습 같고, 배는 불룩 나와서 교탁에 서서 침을 어찌나 튀기시는지 나는 사실 안 들어오는 게 편해. 키도 작아서 맨날 앞자리는 내 차지였으니까.
선생님 안보는 게 편한 건 내 사정이고. 선생님이 의무를 안 하시는 건 못 참지! 우리 교실이 5층이었고, 체육실은 1층이다 보니 자꾸 반장한테 조회 종례 때 전달사항을 전해주라 하더라고. '이건 못 참지.' 했던 어느 날 내가 편지를 보냈어. 선생님으로서 의무 아니냐. 조회와 종례 시간에 담임으로서 전달해 주실 내용 전달해 주셔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학생으로서 선생님께 그것을 들을 권리가 있다. 뭐 그런 내용이었어. 참. 웃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어렸잖아.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아마도 내 기억에 글로는 힘줘서 어쩌고저쩌고 그런 것 아닙니까? 막 이렇게 세게 말했던 것 같아. 그래놓고는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운동장에 다들 앉으라 하고 눈 감으라 하고 누가 보냈는지 말하면 봐준다고 하는데 차마 그땐 용기가 안 나서 손도 못 들었다니까.
결국 내가 좋아하던 음악선생님. 조희숙선생님께 찾아가 SOS를 청했어. 선생님께서는 내 편이 되어 주셨지. 선생님이랑 작전을 짰어. "일단... OO아, 네가 체육실 가서 선생님께 편지 네가 쓴 것이라고 말씀을 드려. 그러고 있으면 내가 지나가다 들른 것처럼 들어갈게. 걱정 말고. 큰 일 안 생길 거야."
그래서 그렇게 했었어. 용기 내서 체육실에 갔고, 말씀을 드렸지. 두 손 모으고 고개 내리고 서서 말씀드린 기억이 나. 선생님이 빙글빙글 웃으며 의자를 뒤로 젖히고 앉으셔서 내 이야기를 들으셨는데. 나는 왜 그분의 뽈록 나온 배가 기억이 나. 꼭 티셔츠는 딱 붙는 그런 티를 입으시고. 어후 민망해. 담배냄새도 고약했던 것 같아.
공손하게 서서 "제가 썼어요." 했지. 조회 종례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셔야 할 일을 체육실에 계시면서도 안 올라오시고 반장을 시키시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 조희숙 선생님께서 짠 하고 등장하신 거야.
"선생님~ 커피 한 잔 얻어먹으려 왔어요.~" 하시면서.
어머 "OO아~ 여기 있었네.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우리 OO이 정말 착한데 무슨 일일까?" 막 이러시면서. 담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그만 나가보라 하더라고. 그래서 나왔지. 그러고 별 탈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 부모님 모셔와라 뭐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으니까. 부모님 모셔오라는 건 고등학교 때 그 "밥벌레" 내가 그렇게 별명 붙였던 체육선생.
만약 내가 정의롭다면 당당히 손을 들었어야 했고, 담임 앞에서도 할 말 다 했어야 했어. 손도 못 들고, 말도 제대로 못 해서 다른 선생님 도움이나 받는 나는 그냥 못 참고 욱하며 사고 치는 애 ㅡ.ㅡ;;;
하여간 우리 담임, 그 뒤로 조회 종례 잘 들어오셨던 것 같긴 해. 침 엄청 튀기시던 것만 기억나는 걸 보면....
나는 싫으면 다 티가 나는 애라.
싫어하는 선생님들은 정말 무시하고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정신없이 수업에 빠졌던 것 같아.
음악선생님과는 항상 좋았고,
국어 선생님도 고2 때 담임만 빼고는 다 좋았어.
시를 해석해 주실 때 특히 너무 좋았던 기억들이 있어.
우리 집에 삼 형제 못난이 인형 있었거든. 거기서 나는 울보였거든. 지금도 울보지만 지금과 그때는 우는 이유가 달랐어. 어릴 때는 맘에 안 들면 울었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우이동 계곡에서 있었던 일 당신도 들어서 알 걸. 여름이었는데 우이동 계곡에서 아마 아빠 친구들이 가족단위로 친목계 모임 같은 걸 한 것 같아. 우리 엄마 절대 안 간다 하셨을 것이고, 아빠는 나만 딱 뽑아서 가자! 하고 데리고 가셨어. 그때만 해도 우이동 계곡에 여름이면 참 많이 가서 놀았거든.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들었을까? 들어봐. 계곡에서 수영복만 입고 앉아서 뭔가를 먹는 게 싫었어. 새로운 곳, 낯선 사람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불그스레한 아저씨들의 모습, 결벽증이라는 소릴 들을 만큼 유별난 내 기준에 지저분한 상차림, 장난치는 남자아이들 등등 다 기억난다. 그날의 그 장면이. 나는 그 아저씨들 술 마시는 모습이 싫었고, 울퉁불퉁한 바위에 깔아놓은 돗자리에 앉는 것도 싫었고, 개미랑 모기랑 다른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뭘 자꾸 먹으라 하는 것도 싫었어. 끈적끈적한 더위도, 얼굴도 모르는 애들이랑 같이 놀라고 하는 것도 싫었지. 그냥 집에 가고 싶어서 두 시간도 넘게 입을 얼굴보다 더 크게 벌리고 울었어. 막 엄청 울어버렸지. 결국 아빠는 아무것도 드시지도, 놀지도 못하고 나를 데리고 돌아오실 수밖에 없었어. 유치원 보내려다가도 내가 우와왕 떼쓰며 우는 통해 유치원 입학 안하게 되었던 전력이 있어서 아마 마음에 안 들면 더 많이 울었던 것 같기도 해.
불편해서 우는 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게 크면서 나는 우는대신 분노했던 것 같아. 뭔가 이건 규칙에서 벗어나잖아. 쟤는 왜 저렇게 해. 저 사람은 뭐지? 저 선생님은 왜 저렇게 하시지? 사회가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뭐 이러면서 불평불만이 내 입에서 떠나질 않더라고. 그래서 투덜이 스머프 냐는 소리도 들었어. 그렇다고 손들 용기도 없으면서 말이야. 나 스스로 나를 괴롭히거나 결국 넘어가지 못하고 나서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욱 해서 멀쩡하던 관계들을 끊어버리는 일들이 많았어.
그러다 주님 만나고, 그 성질 다 어디 갔냐 소릴 듣고 살았는데...
얼마 전 우연히 이승환의 <물어본다>라는 노래를 들었어. 젊을 때 무지 좋아했던 가수인데. 가요 안 듣고 지낸 지가 20년이 넘어가다 보니 이 노래도 오래된 것 같던데 나는 몰랐네. 가사가 너무 좋아 여보. 열정, 부끄럽지 않게 내 안의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길.. 막 이런 가사를 들으니 '그래, 부끄럽지 않게 살면 되잖아. '하는 마음이 들고, 도망치치 않으려, 후회하지 않으려 ~~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웅장해지더라고
당신이 가고 나서
원래의 계획이 다 무너져서 한동안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그저 오늘 하루 버틴다고만 생각하고 살았거든.
열정 회복이 안되더라고. 그냥 책 속으로 숨으며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어지간해서는 외면했어. 그리고 작은 일에도 공포를 느껴 아무것도 못하는 나약한 모습을 많이 보였고. 그러니... 끊임없이 내 속에 나를 향해 꾸짖는 소리들한테 혼나고, 무너지고, 그래서 또 더 부끄럽고, 하찮기만 한 나를 보며 비웃었지.
여보 해결해야 할 문제들 회피하지 않고, 불의함에 욱 하던 나로 돌아가 씩씩해 질게. 내 인생에 시비 거는 어떤 것과도 당당히 맞서며,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보며 한걸음 한걸음 다시 나아가 보려고 해. 나 말만 이렇게 하지 사실 쫄보인 것 당신은 알잖아. 나를 도와줘 제발. 나 혼자는 못해. 같이 도와줘야 해. 알았지?
<물어본다> 노래 가사야. 한번 봐바. 멋져!
많이 닮아 있는 건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 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와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않도록-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더 늦지 않도록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