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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by 모래쌤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질문.

이건 어떻게 할 거야?

남편의 부재는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대비?

준비라는 것을 하지 못했다.

우선 예배당만 해도 그렇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을 끊임없이 나한테 질문한다. 어떻게 할 거야?

내 대답은 매번 달라서 어떤 날은 '싹 다 정리하자.'

어떤 날은 '아직은 그냥 두면 안 돼?'

또 어떤 날은 '여기서 뭐라도 할까?' 계속 바뀐다.

내 대답이 '정리하자'였던 날들에 조금씩 정리를 하다가 '그냥 두 자'였던 날들에 발목이 잡혀

일 년 반이 지나도록 교회는 그대로 널브러져 있다.

남편 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면 그곳에서 조금 더 오래 시간을 보낸다.

처음엔 교회에 들어가면 명치에 느껴지는 통증과 흐르는 눈물 때문에 오래 머물 수도 없어

괴로워 잘 갈 수도 없었다.








어제 남편 생각이 많이 나서 조금 오래 거기 머물렀는데 남편과 함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슬펐지만 아늑했다.

그는 한번 루틴을 정하면 시계 추처럼 끊임없이 반복하기를 힘들어하지 않았다.

찬송도 거기서 거기. 말씀도 거기서 거기.

그렇게 그는 시계 추처럼 존재했다.

항상 앉던 그 자리에 앉아 말씀을 보던 모습, 설교하던 모습.

270장을 찬송을 십오 도쯤 목을 꺾은 자세로 눈은 지그시 감고 끝없이 불러댔던 그의 모습.

좀 바꾸길 간절히 바랐던 그 모습이 너무도 그립다.

루틴대로 살던 그가 그런 식으로 루틴을 깰 줄이야.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다니.








나한테 하는 또 하나의 질문. 나는 왜 이렇게 되었지?

사람은 갑자기 닥친 불운한 일에 대해 자기 때문이라고

자기 탓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그냥 벌어진 일일뿐.

누구 잘못도 아닌데. 그걸 잊지 말라고 다들 그런 이야길 한다.

책을 봐도,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누구의 말을 들어도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들 숨과 날 숨을 떨어뜨릴 수 없듯,

남편의 죽음은 나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니 한번 어려울 때 좀 붙들어주시고

기회를 좀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단번의 뇌출혈이 그를 쓰러뜨리자

주님은 그를 데려가셨다.









어제 예배 때 이 찬양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부르지 못했다.

어떤 찬양도 부르기 어렵긴 하지만......



하나님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 없으시고,

언제나 공평과 은혜로 나를 지키셨네

지나온 모든 세월들 돌아보아도

그 어느 것 하나 주의 손길 안 미친 곳 전혀 없네

오 신실하신 주 오신실 하신 주

내 너를 떠나지도 않으리라

내 너를 버리지도 않으리라

약속하셨던 주님

그 약속을 지키자

이후로도 영원토록 나를 지키시리라 확신하네



그 사건 전에는 그랬다.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신 적 없으셨고,

때때로 이해되지 않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그분의 신실하심을 믿었기에

앞으로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온전케 하실 주님을 기대하며 기도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는 그게 안된다.

내 믿음이 실은 이랬던 것이다.

간장 종지만 도 못하게 작은 내 믿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꽤나 믿음 있는 척하더니 아무것도 없다.

바닥이다.

그래서 나는 내 비참한 지경을 보이고 싶지 않아

특히 믿음 있다는 분들을 피하는 중이다.

더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요만한 믿음으로 하늘보다 더 크고

우주보다 더 크신 그분의 계획을 어찌 알랴.

하지만 그분은 크고도 크신 분이시니 계속 왜요?라는 둥,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니냐는 둥,

꼭 이 수밖엔 없었냐는 둥 떠들어대도

나 따위에 흔들리실 분 아니라는 것 알기에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요즘 나에게 하는 말.

'조금만 조금만 더'라는 말이다.

나는 나를 채찍질한다.

조금 더 해. 조금 더 가. 조금 더 참아.

그러다 쓰러지면 어쩌냐고 걱정들 하기도 하지만

이 외에 버티는 법을 모르겠으니 어쩌겠는가.

나한테 위로의 말도, 격려의 말도 칭찬의 말도

할 수 없어 힘들다.

혼자 걷는 길이 싫다.

혼자 해야 하는 걱정이 무섭다.

혼자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책이라도 읽고 글이라도 쓰니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꾸역꾸역 읽고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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