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일기. 난임 일기에 관한 오늘의 일기
브런치에 난임 일기를 올리다보니, 핸드폰으로 브런치 앱에 접속할 때마다 피드에 난임, 임신, 출산이 관한 글들이 저에게 맞춤 추천 됩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사실은 저 말고도 난임 일기를 기록하는 작가 분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그 분들의 글들도 보일 때마다 모두 읽었습니다.
저는 사실 작년 1월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며 블로그에 난임 일기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웃이 백 명도 안되었고, 심지어 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익명의 공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난임을 밝히는 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맨 처음 일기를 올릴 때의 망설임과 걱정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상이라도, 난임을 인정하고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기억해서 글로 복기하고, 상처 받은 마음들을 글로 공개하는 일에는 무척이나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함께 쓰는 분들의 그 용기에 감사합니다.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무척 힘든 일인 건 경험해보지 않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며, 세상의 중심에 내가 아닌 아이를 두었을 때 종종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그게 어떤 건지는 겪어보지 못했기에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먼저 경험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글을, 후기를, 육아 일기를 여러 번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임신 출산 육아 자체가 너무나도 간절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난임의 과정에 대해서는, 실제로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걸 느낍니다. 저도 이십대 후반까지는 그랬어요. 그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임신을 제가 이렇게 힘겨워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도 남들과 똑같이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겪을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그런 글들만 읽었습니다. 알고 보니 난임은 갑자기 삶의 정면으로 콱 부딪치고 충돌해서 들어오는 거더라구요.
진심으로 바라는 건데, 난임을 겪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난임을 겪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 과정을 기록하고, 글을 쓰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저 말고 글을 더 잘 쓰시는 분이 글을 더욱 흥미롭고 재미 있게 써서 난임과 상관 없는 사람들도 그 글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함께 난임 일기를 쓰다가, 내년에는 저와 함께 임신 일기, 출산 일기, 육아 일기를 브런치에 계속 써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