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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레바람 Oct 26. 2019

난임 일기를 쓰는 모든 분들께 쓰는 편지

난임 일기. 난임 일기에 관한 오늘의 일기

브런치에 난임 일기를 올리다보니, 핸드폰으로 브런치 앱에 접속할 때마다 피드에 난임, 임신, 출산이 관한 글들이 저에게 맞춤 추천 됩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사실은 저 말고도 난임 일기를 기록하는 작가 분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그 분들의 글들도 보일 때마다 모두 읽었습니다.


저는 사실 작년 1월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며 블로그에 난임 일기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웃이 백 명도 안되었고, 심지어 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익명의 공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난임을 밝히는 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맨 처음 일기를 올릴 때의 망설임과 걱정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상이라도, 난임을 인정하고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기억해서 글로 복기하고, 상처 받은 마음들을 글로 공개하는 일에는 무척이나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함께 쓰는 분들의 그 용기에 감사합니다.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무척 힘든 일인 건 경험해보지 않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며, 세상의 중심에 내가 아닌 아이를 두었을 때 종종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그게 어떤 건지는 겪어보지 못했기에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먼저 경험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글을, 후기를, 육아 일기를 여러 번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임신 출산 육아 자체가 너무나도 간절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난임의 과정에 대해서는, 실제로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걸 느낍니다. 저도 이십대 후반까지는 그랬어요. 그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임신을  제가 이렇게 힘겨워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도 남들과 똑같이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겪을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그런 글들만 읽었습니다. 알고 보니 난임은 갑자기 삶의 정면으로 콱 부딪치고 충돌해서 들어오는 거더라구요.


진심으로 바라는 건데, 난임을 겪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난임을 겪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 과정을 기록하고, 글을 쓰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저 말고 글을 더 잘 쓰시는 분이 글을 더욱 흥미롭고 재미 있게 써서 난임과 상관 없는 사람들도 그 글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함께 난임 일기를 쓰다가, 내년에는 저와 함께 임신 일기, 출산 일기, 육아 일기를 브런치에 계속 써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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