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제사에서의 제 모습을 반성합니다

할아버지 제사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by 모레바람


할아버지의 제사가 있어 퇴근 후에 친정집에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의 저를 반성합니다.


- 남동생이 해외 출장으로 제사에 참석하지 못해 처음으로 제가 대신 할아버지께 술을 올렸습니다. 우리집 제사는 여자도 참여하는 제사라며 잠깐 안도했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동생이 술을 올리겠지요. 잠깐의 안도, 아니 착각에 반성합니다.


- 제사가 끝나고 저녁 상을 차릴 때, 고모부들이 주방에서 거실의 교자상으로 반찬을 나르는 일을 도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집은 남녀가 함께 일하는, 생각이 깨어있는 집이라며 잠시 흐뭇해했습니다. 그 많은 요리들은 모두 엄마와 고모들이 손수 해왔다는 걸 깜박했습니다. 반성합니다.


- 모두가 식사를 시작했을 때, 주방에서 엄마가 뒤늦게 완성된 고기국을 국그릇에 하나씩 담으면, 제가 쟁반에 그 국그릇들을 세개씩 담아 거실로 날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고모들을 제치고 고모부들께 먼저 국그릇을 놓아드렸습니다. 어른들을 바꿀 수는 없어도 나만이라도 성 차별 없이 행동하자는 신념이 무색해졌습니다. 반성합니다.


- 저녁 식사 후 친척분들이 먼저 친정집을 떠났을 때, 저라도 남은 음식 정리와 설거지를 끝까지 돕고 왔어야 했습니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로 그러지 않았습니다. 반성합니다.




조금 씁쓸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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