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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팔과 다리는 몸과 의식을 분리시킬 만큼 모든 것을 더디게 만들었다. 갈라지는 뜨거운 날숨이 목젖까지 차오르고 잇몸으로 염소의 물이 젖어 들어왔다. 이제는 어떻게 되든 좋았다.
상급자에 대한 경쟁심과 불쾌감까지 생각할 생체적 여유가 없었다. 호기롭게 벽을 차며 출발했던 에너지와 뾰족이 날 것 같은 자신감은 희미하게 풀어져 버렸다. 그저 둥실둥실 사그라져가는 숨을 잘 살려 건너편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좋았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무색할 정도로 모든 것이 부유하고 있었다.
생존을 위한 움직임은 뇌의 혈관을 잠그고 본능에 가까워졌다. 간절한 희망은 건너편 단단한 모서리를 잡고 물때가 낀 타일에 턱을 걸치고 하나의 숨을 온전히 쉬고 싶었다.
뜨거운 모래 같은 까끌한 숨을 뽑아내고 건조하고 시원한 공기를 배꼽이 부풀만큼 넣자 그러면 정신이 돌아오겠지.
'조금만 더, 조금만'
젖은 이불을 머리 앞에 던지며 되뇌었다.
'멈추면 안 돼'
점점 깊어져 아른거리는 파란 안내선이 건너편까지 얼마 남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손끝에 단단한 모서리가 닿았다. 끌어당겨 빨판처럼 몸을 벽에 붙였다. 오른쪽 팔을 걸쳐 올리고 입에 고인 시큼한 침과 섞인 염소 물을 배수로에 뱉어냈다. 뜨거운 침이 입술을 타고 늘어졌다.
'상급자는 턴을 했겠지'
쇳소리 내며 넘치던 숨을 찾으면서도 머릿속은 상급자의 위치를 마킹하고 있었다. 물살을 가르며 거품을 내고 다가올 모습에 어깨의 솜털이 순식간에 일어섰다.
무서웠다.
등 뒤에서 들리는 첨벙이는 물소리가 목을 조여 오는 듯했다. 도망가고 싶었다.
중급으로 기어 옮겨야 할까.
그냥 나갈까.
모서리를 잡은 손가락에 미약한 경련이 일었다.
그래도 돌아서 직시해봐야지!
잘난 모습을 마주해 보아라.
숨을 고른 자존심이 또 살아나서 스멀스멀 외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혀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빙빙 돌던 복잡한 생각들이 갑자기 멈추었다. 그것은 아랫잇몸과 입술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언제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 이상하리 만치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크기는 가늠해 보건대 새끼 손톱만 했다. 송곳니에 올려 살살 깨물어보니 약간의 탄성이 있었다.
윽.. 그것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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