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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의 낯섦

by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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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었다.


다만 어제는 14도였던 아침이

오늘은 5도 였다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새벽 자동 현관문으로 배출된 나는

겨울 냄새로 꽉 찬 아침에

놀랐다.


낙엽이 좀 굴러다니다,

마른 뼈를 드어내는 나무가 조금 보여야,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기의 내음이었다.


다시 지하철 역 앞에서 떨어진 나는

탁했지만 따뜻한 공기로 꽉 찬

지하로 내려가며

잡기 싫은 손을 잡은 듯

어색한 포근함을 느꼈다.




지하에서 몇 정거장을 지나자

또 다른 이상함이 있었다.


이미지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


메아리치는 방송,

소리가 달랐다.




이번 역은(이번 역은)

여의도(여의도)


앞칸에서 뒤칸으로 인지

뒤칸에서 앞칸으로 인지


안내 방송은

지하의 공간에서 좌우로

메아리치고 있었다.




매일 그러려니 들리던

무슨 내용인지 잠재의식에 스며들어

인식하지 못했던 목소리와

언어였지만


메아리 치니

더 들리게 되어

눈 앞의 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페이지 넘어

발 앞 저만치 스멀 스멀 움직이는

먼지 덩어리가

스스로 움직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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